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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스테이블코인, 신뢰 문제…은행 중심 제도화 필요"

잠재 불안 요소 제시 "상환 약속, 법적 보증 없어"

임채린 기자 | icr@newsprime.co.kr | 2025.10.27 17:58:50

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은행 중심의 제도권 발행 체계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비은행이 주도할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은행 중심의 제도권 발행 체계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비은행이 주도할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은행은 27일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적으로 안정된 결제 수단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화폐 신뢰성과 금융안정성에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박준홍 한은 금융결제국 결제정책팀장은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며 "만원권 지폐가 가치 있는 이유는 중앙은행의 신용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러화 기반 코인조차 위기 때 1달러 가치를 지키지 못했다"며 지난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 USDC 가격이 0.88달러로 하락한 사례를 언급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잠재 불안 요소로는 △디페깅(가치가 연동 자산의 가치와 괴리되는 현상) △코인런(코인 투자자의 대규모 현금상환 요구) △소비자 보호 공백 △외환·자본 규제 우회 △통화정책 약화 △금융중개 기능 약화 등이 거론됐다.

한은이 비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체계를 우려하는 가장 큰 원인은 통화정책에 대한 영향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으로 국채가 대량 편입될 경우, 한은은 단기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또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와 '1대 1 가치유지'를 약속하지만 발행사와 이용자 간 사적 계약일 뿐 법·제도적으로 보증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은은 "발행사가 상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보유자는 예금자보호법상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은행 예금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경고했다.

금산분리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비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내로우뱅킹(대출을 제외한 은행업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IT기업이 화폐를 직접 발행·유통한다면 은행업에 대한 산업자본의 직접 진입이 허용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자본규제를 우회할 가능성도 우려됐다. 국내 투자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교환·이전하면, 자본이 국외로 빠져나가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런 불안 요인을 감안하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며 "은행 중심 체계 속에서 제도적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은행이 발행 주체이자 규제 이행의 책임을 맡고 비은행은 기술·유통 등 부문별로 참여하는 '컨소시엄형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 Perplexity 생성 이미지


◆한은의 제안,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김철 한은 금융결제국 결제정책부장은 "은행이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은 규제 준수와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며 "비은행 기업은 혁신 영역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은행이 발행 주체이자 규제 이행의 책임을 맡고 비은행은 기술·유통 등 부문별로 참여하는 '컨소시엄형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기축통화권인 유로조차 스테이블코인 점유율이 0.2%에 불과하다"며 "통화 수요의 근간은 결국 해당 화폐에 대한 신뢰"라고 피력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24시간 실시간 결제와 저비용 송금 인프라를 갖춘 나라"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상거래나 송금 수수료 절감으로 이어질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책 실행 구조에 대해선 한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가 함께 참여하는 '정책합의기구' 신설을 제안했다. 단순한 협의체가 아닌 합의 기반 구조를 통해 △발행량 △준비자산 기준 △자격요건 등을 공동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더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제도를 병행 추진해 제도권 내 혁신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제언했다.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한 형태로, 블록체인 기반에서 거래 투명성을 높이면서도 규제 체계 내에서 운용된다.

한은은 "CBDC와 예금토큰은 스테이블코인의 기술적 장점을 흡수하면서도 중앙은행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며 "민간의 혁신과 공공의 신뢰가 공존하는 디지털화폐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은 신뢰 위에서만 지속 가능하다"며 "기술이 신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제도적 안전판 속에서 혁신과 안정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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