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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펀드 운용사 불공정 계약 3배 증가, IPO 실패 시 손해배상까지

중소기업 지원 취지 무색…사실상 수익률 보장 요구

김우람 기자 | kwr@newsprime.co.kr | 2025.10.24 10:57:05
[프라임경제] 정부 출자금을 위탁받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민간 벤처캐피털(VC)들이 투자계약 과정에서 불공정 조항을 삽입하며 공공펀드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일부 벤처캐피탈들이 스타트업과의 계약에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독소 조항을 포함시키고 있다. ⓒ 챗gpt 생성이미지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재관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천안을)은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일부 VC들이 스타트업과의 계약서에 'IPO 실패 시 손해배상' '매출 미달 시 투자금 반환' 등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독소 조항을 포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모태펀드는 벤처·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조성한 대표적 공공펀드다. 한국벤처투자가 자금을 출자하고 민간 운용사가 실제 스타트업과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 의원실이 한국벤처투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모태펀드 운용사의 투자계약 위반 사례는 2021년 39건에서 2023년 107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만큼 투자기업에 불공정 조건을 요구하는 관행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사례도 드러났다. HB인베스트먼트는 수제맥주 스타트업 코리아크래프트비어(KCB)에 50억원을 투자하며 "2022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원금과 연복리 20%를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조항을 삽입했고, 실제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문제는 해당 VC가 최근 10년간 정부 출자금 818억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운용해왔다는 점이다. 공공 자금이 투입된 펀드임에도 불공정 계약이 발생하고, 이를 제재하거나 점검할 감독체계가 없다는 것이 이 의원의 지적이다.

이재관 의원은 "현행법에는 불공정 투자행위나 계약상 독소조항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심지어 신고가 접수돼도 사실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펀드에서조차 불공정 계약이 발생하는 현실은 민간 VC 시장 전반의 계약 투명성에 경고 신호"라며 "불공정 투자 관행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면, 모태펀드는 물론 민간 벤처 투자 전반의 신뢰와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투자기업이 성장성과 리스크를 감내하며 도전하는 시장 환경에서 성과를 담보로 하는 일방적 계약은 산업 생태계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공공 자금이 투입된 펀드라면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과 감독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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