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국내 신생기업 수가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소멸기업 수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하며 경제 역동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청년층 창업 위축과 기업의 '노령화' 현상이 두드러지며, 창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중구의 한 식당가에 붙은 영업 종료 안내문. ⓒ 연합뉴스
국가데이터처가 23일 발표한 2024년 기업생멸행정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신생기업 수는 92만2000개로 전년 대비 3만3000개(-3.5%) 감소했다. 이는 2017년(92만1836개)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20년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업(23만개), 부동산업(16만9000개), 숙박·음식점업(14만4000개) 순으로 신생기업 수가 많았다. 반면 부동산업(-8.8%)과 숙박·음식점업(-9.0%)은 감소폭이 컸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활동기업 중 신생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인 신생률은 12.1%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1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로, 기업 창업의 전반적인 활력이 위축됐음을 시사한다.
같은 기간 소멸기업 수는 79만1000개로 전년보다 4만 개(5.3%)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활동기업 중 소멸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인 소멸률은 10.5%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도소매업과 운수·창고업에서 소멸기업이 크게 늘었다.
기업의 '생존력'도 떨어졌다. 2022년 신생기업 중 2023년까지 생존한 기업의 비율은 64.4%로, 전년보다 0.5%포인트 낮았다. 35.6%는 1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했다는 의미다.
반면 2018년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은 36.4%다. 전년 대비 1.6%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광업과 부동산업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에서 생존율이 상승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신생기업의 '젊은 피' 유입도 둔화되는 양상이다. 대표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50대(29.9%), 60대(23.8%), 40대(22.1%) 순으로, 고령층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30대 미만 대표자는 전년 대비 6.8% 감소했고, 창업을 시도한 30대도 2.1% 줄었다. 반면 60대(4.3%), 70대 이상(9.9%)의 증가는 두드러졌다.
종사자 규모별로는 1인 신생기업이 84만 개로 2만9000개(-3.4%) 줄었고, 2인 이상 신생기업도 8만2000개로 4.7% 감소했다. 신생률은 1인 기업이 13.8%, 2인 이상 기업이 5.3%로 모두 하락했다.
업력별로는 3년 이하의 신생 기업이 253만9000개로 18만 개(-6.6%) 감소했다. 반면 20년 이상 된 기업은 96만1000개로 6.7% 증가해 '기업 노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대표인 활동기업은 304만5000개(39.9%)로, 전체 기업 중 비중이 전년보다 1.8%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여성 창업의 확산세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고성장 기업의 수도 줄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액과 상용근로자 수가 20% 이상 늘어난 '고성장기업'은 5403개로 전년보다 298개(-5.2%) 감소했고, 이 중 5년 이하 기업인 '가젤기업'은 1356개로 44개(-3.1%) 줄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통상 신생률과 소멸률이 함께 높아질 때는 경제 순환이 활발하다는 의미"라며 "신생률이 하락하고 소멸률이 상승하는 지금과 같은 구조는 경제 역동성이 위축되고 있다는 경고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