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좌측부터 임광현 국세정창,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이재명 정부의 고강도 '10·15 대책'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2.0'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은 서로 다른 정책 방향이 충돌하는 구간에 들어섰다. 정부는 과열 방지를 위해 대출과 거래를 엄격히 관리하는 반면, 서울시는 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절차를 앞당기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목표 모두 '시장 안정'을 추구하고 있지만, 방식이 정반대라는 점에서 현장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중앙정부는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전면 확대하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를 복원·강화했다. LTV는 40% 수준으로 묶이고, 고가주택 대출 한도는 △15억원 초과 주택 구매시 4억원 △25억 초과 2억원으로 줄었다. 이외에도 자금조달계획 점검 및 합동 단속도 강화해 수요와 레버리지를 동시에 조이는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고,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확대 지정해 갭투자를 차단하겠다. 주택시장 불안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 활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선제 대응해 시장 안정 골든타임을 지키겠다."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와 달리 서울시는 정비사업 병목을 해소해 속도를 끌어올리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신통기획 2.0으로 지정–심의–인가 모든 과정을 묶어 평균 사업기간을 약 12년(기존 18년 안팎)으로 줄이고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을 제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황용적률 인정, 정비지수제 폐지, 전자투표·온라인 총회 지원 등 현장 체감형 장치도 보강했다.
"민간 주도로 시민이 살고 싶은 곳에 공급을 집중하고, 신속통합기획 시즌Ⅰ,Ⅱ를 통해 행정 지원 속도를 높이겠다. 이를 통해 각 사업지별로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주택시장 안정과 시민 주거 여건 개선에 기여하겠다." - 오세훈 서울시장
이런 중앙정부 '10.15 대책'과 서울시 '신통기획 2.0'이 교차하는 지점이 바로 분양과 자금이다. 인허가가 빨라지면 사업자는 분양‧착공을 앞당기고 싶지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실수요자 자기자본 부담과 이주‧잔금 자금 압박이 커진다.
즉 주택 공급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판매와 자금조달 문턱이 높아지는 '브레이크와 엑셀이 동시에 밟히는' 비대칭 환경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정책 간 충돌 여파로 서울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거래와 청약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허가구역 지정은 토지‧지분 거래에 추가 절차를 만들고, LTV 40% 수준 대출 환경은 중대형‧고가 주택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 일부 사업장은 분양가와 시점을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다"라며 "실수요자의 경우 역세권‧생활편의가 좋은 소형 위주로 관심을 돌리고, 갈아타기 수요는 잔금 대출 조건을 가장 큰 변수"라고 덧붙였다.

2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 연합뉴스
중기적으로는 양극화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입지와 브랜드가 강한 단지는 수요가 유지되지만, 비선호 또는 고분양가 사업장은 전략 수정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합과 시행사의 경우 소형 비중 확대, 후분양·부분 후분양 검토 등으로 대응하고, 금융권은 분양 흡수력 기준을 높여 PF 조건을 보수화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시장 혼선 해결 방안은 '정치적·정책적 조율'이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서울시는 '공급 가속이야말로 시장 안정의 지름길'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허가구역의 전면 지정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중앙정부는 과열 차단 없인 '안정이 요원하다'는 명분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이들 목표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일정 구간 내 미세조정이 현실적 대안인 셈.
업계 관계자는 "이주비‧잔금과 같은 필수 생활구간에 한정한 '타깃형 보완' 또는 실수요 요건을 충족하는 '대출 한시적 완화' 등 핀셋형 안전판은 정비사업 추진 연속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과열을 억제하는 절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시에 분양가와 평형 구조를 시장 친화적으로 재설계하고, 가계 체감 부담을 낮추는 공급자 측 조정이 병행돼야 한다"라며 "금융 시장에서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통해 사업장별로 차등화된 조건을 적용하고, 공공 보증‧지원 프로그램도 조건부·단계형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첨언했다.
결국 '공급 가속'과 '수요 규율'이 맞물려야 체감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서울 부동산은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간을 지나고 있다. 규제 강화로 레버리지가 억제되는 가운데 인허가 단축으로 공급 행정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과연 두 정책 간 엇박자가 향후 시장 흐름에 어떤 변화를 야기할지, 나아가 궁극적으로 최종 목표인 '시장 안정'에 도달할 수 있을지 관련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