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전례없는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공개(IPO) 시장도 훈풍을 타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프라임경제]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강세장을 보이면서 기업공개(IPO) 시장도 훈풍을 타고 있다. 제도 개편 초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첫 적용 기업들이 흥행에 성공한 데다, 새내기주들이 공모가 대비 절반 이상 오른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 관심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새 IPO 제도는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비중을 강화하고 주관사의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확약률'은 기관이 상장 후 일정 기간(15일·1개월·3개월·6개월 등) 주식을 보유하기로 한 약속의 비율을 뜻한다. 확약률이 높을수록 상장 직후 유통물량이 줄어 가격 안정성과 흥행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새 지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제도 시행 직후에는 기업과 주관사 모두 흥행 실패를 우려해 신규 상장이 잠시 끊겼지만, 첫 시험대에 오른 에스투더블유와 명인제약이 각각 확약률 72.6%, 90%를 기록하며 시장의 신뢰를 되살렸다. 두 기업 모두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 이상 치솟으며 투자심리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올해 3분기 신규 상장사는 16곳(스팩·리츠·이전상장 제외)으로 전분기(14곳) 대비 14% 늘었고, 공모금액은 약 1조18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신규 상장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공모가 대비 63%에 달했으며, 대한조선·에스투더블유·지투지바이오·뉴엔AI 등 주요 기업은 높은 확약률을 기반으로 상장 당일 평균 5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코스피 강세와 함께 투자자 예탁금도 78조원대로 불어나면서 공모주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연말로 향한다. 연말까지는 20곳 이상이 상장을 준비 중으로, 더핑크퐁컴퍼니·세네테크놀로지·알지노믹스·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등 업종이 한층 다양해졌다. 특히 에임드바이오·쿼드메디슨·큐리오시스 등 바이오헬스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하면서, 관련 업종의 연말 집중 상장이 투자자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금융감독원 효력심사 지연과 추석 연휴 여파로 일부 기업들의 상장 일정이 겹치면서 기관 수요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이 200억~500억원 규모의 중소형 IPO인 만큼 기관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할 경우 흥행에 실패하는 기업도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혁신 기술과 성장성을 내세운 바이오 기업들도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논란을 동시에 안고 있어, 흥행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증권사 간 주관 경쟁도 뜨겁다. 올해 IPO 주관 실적 1위는 KB증권이 유력하다. LG CNS·대한조선·명인제약 등 굵직한 딜을 따내며 총 공모금액 2조원을 넘어섰고, 2위인 NH투자증권(약 8000억원)을 크게 따돌렸다. 업계에서는 ‘최근 4년 중 3번 1위’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IPO 명가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IPO 시장 전반에는 대형 딜 부재가 뚜렷했다. 대한조선·명인제약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코스닥 중소형주 위주로 진행되면서 증권사 IB 부문 실적은 리테일·운용 부문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리테일과 운용 부문에서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투자은행(IB)은 상반기 대형 IPO 공백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연말 흥행 결과에 따라 내년 대형 IPO 주관 경쟁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IPO 시장은 제도 개편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말로 갈수록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다수 기업의 일정이 겹치며 기관 자금 분산 우려가 커지고, 여전히 밸류에이션 부담이 존재하는 만큼 기업별 성패가 뚜렷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말 성과가 내년 케이뱅크·소노인터내셔널 등 대형 IPO 흥행 여부를 가늠할 선행지표가 될 것"이라며 "확약률 구조가 안착한 만큼 펀더멘털과 가격 매력이 결합된 기업 중심으로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