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차기 부산 해운대구청장 후보군. (왼쪽부터 김성수 해운대구청장, 정성철 전 해운대구의회 의장, 김광회 전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왕이 빈틈을 보이면, 호랑이는 그 틈을 노린다."
부산지역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해운대가 거센 정치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구도가 요동치며, 해운대의 향후 선거 판도가 급변할 조짐을 보인다.
보수 진영의 내부균열은 '불장난 발언' 이후 민심의 이탈로 가시화됐다. 이 틈새를 타고 정성철 전 해운대구의회 의장과 김광회 전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경제부시장) 등 새로운 주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총선에서 승부수를 던지며 시장급으로 몸집을 불린 홍순헌 전 구청장은 담너머에서 '옆집 싸움'을 묵묵히 지켜보며 정치적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 '불장난 발언' 후폭풍…흔들리는 현역 프리미엄
김성수 구청장에게 올여름은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었다. "젊은이들이 양양에 가는 건 서핑이 아니라 불장난하러 가는 것"이라는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청년층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그는 "사석에서의 말실수였으며 의도와 달리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민심은 대체로 냉랭한 분위기다.
여기에 '2025 해운대 페스타'가 흥행 실패로 조기 종료되며 구정 운영 전반에 대한 비판까지 이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역 프리미엄이 예전 같지 않다"며 "현장 민심이 냉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정성철·김광회·김태효…보수 내 '새 인물' 부상
김 구청장이 흔들리는 사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새로운 주자들이 속속 부상하고 있다.
우선 정성철 전 구의장은 '현장형 구정'과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유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3선 기초의원 출신으로, 주진우 국회의원실 사무국장 재직 중인 정치 베테랑이다. 주민 속에서 부딪히며 정책을 만드는 현장중시형 정치인이다. 당내에서는 "김 구청장과 정 전 의장의 맞대결이 최대 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변수는 김광회 전 부시장이다. 그는 부산 도시철도 연장과 수소철도(BuTX), 제2센텀개발, 53사단 이전 등 프로젝트를 주도한 실무형 관료다..최근 '미래도시연구소'를 설립해 청년 정책과 도시 비전 연구에 나서고 있다. 해운대 초·중·고를 모두 졸업한 '토박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정치 신예군에서는 김태효 부산시의원 등 지역 출신 인사들의 세대교체론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다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 민주당 홍순헌, 담너머 관망 속에 '부산시장 or 구청장 카드' 만지작
더불어민주당은 홍순헌 전 해운대구청장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재정비에 나섰다. 홍 전 구청장은 재임 시절 "정책으로 민심을 얻겠다"라며 △찾아가는 구청장실 △관광특구 활성화 △53사단 부지 첨단복합단지 조성 △해운대그린시티 추진 등 뚜렷한 행정 성과를 남겼다.

더불어민주당은 홍순헌 전 해운대구청장. ⓒ 프라임경제
그는 최근 SNS를 통한 실시간 소통과 현장 간담회를 강화하며 중도·무당층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분위기를 봐서 여차하면 시장 출마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테면 '보수3 대 중·진보1' 구도지만 그 나름에도 여유를 보인다는 것.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내홍 속에서 정책 중심 메시지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보수 텃밭이던 해운대에서도 민심 변화가 감지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구청장 선거를 넘어 해운대의 정치 구심력이 어디로 향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내 다자 구도 속에 김 구청장이 악재를 딛고 재선에 성공할지, 혹은 새 인물들이 지역 패권을 차지할지 주목된다.
지역 정가에선 "해운대는 더 이상 '보수의 철옹성'이 아니다"며 "민심의 흐름이 과거와 달리 예측 불가능해졌다. 누가 새 시대의 해운대를 설계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