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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보이스피싱 10건 중 1건만 자율배상

당정, 무과실 배상 책임제 추진 "고객 과실만 따져"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5.10.10 16:40:53

국내 5대 은행 본점 전경. ⓒ 각 사


[프라임경제] 국내 주요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와 관련해 자율 배상한 건수가 신청 건수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조한 배상 실적에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무과실 배상 책임제' 도입에 속도가 붙고 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자율 배상한 건수는 18건이었다.

같은 기간 접수된 신청 건수는 총 173건으로, 이 가운데 92건의 심사가 완료됐다.

은행권은 정부 기조에 따라 지난해 1월 1일부터 보이스피싱 등 비대면 금융사고 피해에 대한 '자율 배상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 제도는 사고 발생 시 금융회사가 예방 활동의 노력 정도를 스스로 평가해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도 시행 후 1년이 넘었지만, 실제 배상이 이뤄진 건수는 신청 건수의 약 10%에 그친 셈이다.

은행은 내부 배상심사협의회 등을 통해 사전 예방 노력의 정도와 고객의 과실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배상 여부를 결정한다.

의원실이 공개한 분쟁 조정 사례를 보면, 한 은행은 자녀를 사칭한 메신저 피싱에 속아 악성 앱을 설치한 뒤 계좌 비밀번호 등을 유출한 건에 대해 고객의 중과실로 판단했다.

신청 건수의 3분의 1 이상(60건)을 차지한 △피해자가 직접 이체한 사례 △로맨스 스캠 △중고 거래 사기 등은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은행별 배상 현황을 보면, △신한은행 7건(1316만 원) △국민은행 6건(8352만 원) △농협은행 5건(4451만 원) 순으로 많았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배상 사례가 없었다.

은행 자율에 맡긴 배상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무과실 배상 책임제'가 힘을 얻을 전망이다.

무과실 배상 책임제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본인의 과실로 손실을 보더라도 은행 등 금융회사가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반발하고 있지만, 당정은 제도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은 지난 8월 '무과실 배상 책임제'의 법제화를 공언한 상태이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함께 연내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인영 의원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상당수가 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돼 사실상 구제받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이 고객 과실 여부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피해 예방과 신속한 배상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더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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