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대우마리나아파트 전경.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부산 재건축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해운대 대우마리나 1·2차 아파트 재건축이 '신탁 방식' 도입을 본격 검토하면서다. 조합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존 재건축 사업에 비해 투명성·전문성·속도를 무기로 한 신탁 방식이 부산에서 첫 시험대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탁 방식은 2016년 제도화됐다. 조합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던 비리와 갈등을 줄이고, 전문기관이 사업을 맡아 재건축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수도권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절반 이상이 신탁 방식을 선택하며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 조합 비리 대안으로 부상한 신탁...4조원 대 "속도가 곧 경쟁력"
지난 27일 대우마리나 1·2차에서는 주민 250여 명과 상가 소유주 50여 명이 참석한 '재건축 사업방식(조합 vs 신탁) 비교 설명회'가 열렸다. 사회는 서진영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가 맡고, 장귀용 건설부동산 전문기자가 발표자로 나섰다.
장 기자는 "재건축은 주민의 자산 가치가 걸린 종합 프로젝트"라며 "금융·법률·도시계획 전문가가 주도하는 신탁 방식은 갈등과 지연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탁은 설명회 등 법적 절차에 따라 모든 과정이 공개된다"며 "조합 내 '밀실 결정'이나 '임원 비리' 위험을 줄이고, 금융당국 관리로 자금 운용까지 투명성이 담보된다"고 강조했다.
대우마리나 재건축 사업비는 약 4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도시계획, 금융조달, 시공 협상, 분양 전략 등이 얽힌 복잡한 프로젝트를 비전문가로 구성된 조합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 목동 등에서 신탁 방식을 도입한 단지들은 조합 방식보다 평균 2~3년 빠르게 사업이 추진된 사례가 보고됐다. 설명회에 참석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조합은 법적 이해 부족으로 소송과 갈등에 휘말려 10년 이상 지연되는 경우도 많지만, 신탁은 자금력과 법률 검증 시스템을 바탕으로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7일 열린 대우마리나1,2차 재건축 사업방식 비교 설명회 모습.=서경수 기자
■ 수수료 오해 "실은 절감 효과"...성과 압박이 곧 주민 이익
신탁 방식과 관련해 가장 흔한 오해는 '수수료 부담'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수료는 공사비 절감과 분양 수익 극대화로 충분히 상쇄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전문가들이 제시한 분석에 따르면 신탁 방식의 평당 공사비는 조합 대비 약 12~20% 낮은 수준이다. 다만 신탁사 수수료 구조가 복잡하고 권한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 성과연동형 인센티브제 도입 등 주민 의견 반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탁사는 차기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설계 경쟁 유도, 시공사 협상, 분양 전략 수립 등에서 더 치열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주민들의 수익 극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우마리나 1·2차 재건축의 향방은 결국 주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만 이번 사례가 신탁 방식의 장점을 실증한다면 부산 재건축 시장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우리는 더 이상 10년, 20년을 기다릴 수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처럼, 이번 대우마리나 사례가 부산 재건축의 새 판을 짜는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