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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아니다" 외쳐도 어쩔 수 없는 한국GM 철수설

한·미 관세협상 15% 결정…수출 편중·내수 기반 부재에 지속가능성 흔들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5.07.31 15:34:24
[프라임경제] 매년 반복되는 한국GM의 철수설이 올해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국GM과 모기업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GM)는 매번 이를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 시나리오가 단순한 루머를 넘어 구조적 위기의 징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한·미 자동차 관세 협상에서 15%라는 유예선이 설정되면서, 한국GM을 둘러싼 철수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한국GM은 지난 5월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매각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동시에 부평공장의 유휴 부지도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GM은 이를 '경영효율화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이를 단계적 철수의 전조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에도 유사한 자산 정리 과정이 선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부평·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대부분은 북미 수출용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GM 총 판매량은 24만9355대로, 이 중 내수는 고작 8121대에 그쳤다. 전체의 3.3%에 불과하며, 전년 동기 대비 39.7% 감소했다. 수출 비중은 무려 96.7%로, 내수보다 30배 이상 많다.

한국GM 창원공장 전경. ⓒ 한국GM

사실상 국내 소비자 기반이 붕괴된 상황이다. 한국GM이 국내 자동차 제조사라기보다는 수출 전문 하청업체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 두고 업계는 "한국GM은 더 이상 내수시장을 전략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30일(미국 현지시간) 타결된 한·미 자동차 관세 협상은 이런 흐름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월1일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양국은 15%로 일시적 조정에 합의했다. 

더욱이 이 15%라는 수치조차 유예일 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처럼 미국 현지 생산 인프라를 갖춘 기업은 상대적으로 관세 영향을 덜 받지만, 수출 의존형인 한국GM에는 중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우리는 FTA 체결국으로서 0% 관세 유지를 원칙으로 12.5%를 끝까지 요구했지만, 미국은 모든 FTA 대상국에 15%를 적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고 밝혔다. 기존 FTA 체제의 보호막이 사실상 무력화된 셈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제너럴 모터스의 글로벌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쉐보레의 엔트리 모델이다. ⓒ 한국GM

GM 본사가 한국GM 공장의 수출 채산성과 생산 효율성을 재검토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실제로 GM은 지난 10년간 △태국 △호주 △인도네시아 △유럽에서 차례로 철수했다. 주요 원인은 낮은 점유율, 높은 생산비, 불확실한 수익성이다. 한국GM도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만큼, 전례에 비춰보면 철수의 타당성을 갖췄다.

여기에 GM은 △미국 △멕시코 △중국 등에 전기차 생산 거점을 집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GM은 별다른 전기차 생산 계획도 없다. 이는 GM이 한국을 미래 전략 시장으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로, 장기적으로 한국GM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협력업체와 소비자에도 부정적인 파급을 낳고 있다. 국내 부품업체들은 GM 관련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으며, 포스코 등 주요 공급사들도 위험 분산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5월 한국GM 창원공장 임직원들과 미팅을 진행 중인 헥터 비자레알(Hector Villarreal) 사장의 모습. ⓒ 한국GM

한국GM의 현재 사업 모델은 '국내 생산 → 북미 수출'이라는 단일 축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 한계 속에서 한국GM은 뾰족한 대안 없이 사실상 '버티기 전략'에 기댈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GM이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15% 관세를 감수하고도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북미시장에서 충분한 판매량을 기록하는 것뿐이다. 즉, 관세라는 추가 비용을 떠안고도 수익이 남는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물론 다른 대안들도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선택지는 좁다. 우선 미국 현지 생산은 사실상 고려하기 어렵다. GM은 이미 미국과 멕시코에도 소형 SUV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굳이 트랙스나 트레일블레이저를 미국에서 다시 생산할 유인이 없다. 막대한 설비 투자 대비 수익성 확보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결정적 걸림돌이다.

내수 확대도 녹록지 않다. 신차 라인업 강화가 원론적 해법이긴 하지만, 한국GM은 이를 실현할 여력이 부족하다. 이미 내수판매 기반이 붕괴된 상황에서 신차를 도입하더라도 마케팅 비용·재고 부담 등 부가 리스크가 크고 실질적인 수익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출 다변화도 마찬가지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애초에 북미시장 전용 모델로 설계돼, 유럽·동남아·중남미 등 다른 지역에서는 수요 자체가 제한적이다. 진출을 시도하더라도 물류비·인증 비용·시장 적응성 등을 고려하면 수익성과 채산성 확보는 쉽지 않다.

업계관계자는 "브랜드 이름은 한국GM이지만 '한국'이라는 정체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희미해졌고 국내 시장은 전략적 고려 대상조차 아니다"라며 "지금의 구조는 사실상 GM 글로벌의 수출기지에 불과하고, 소비자를 위한 브랜드로서의 존재 이유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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