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심은 언제나 빠르게 움직인다. 휘황한 간판과 붐비는 도로. 그 한가운데에서 MINI는 언제나 '작지만 특별한 존재감'을 증명해왔다. 올해 MINI는 유독 바쁘다. 소형차 불모지를 개척했던 MINI가 이제 전동화 흐름의 맨 앞줄에 섰다. 단지 가솔린 엔진을 모터로 교체한 게 전부가 아니다. 감성, 기술, 개성을 모두 새로 다듬었다.
'올-일렉트릭 MINI 쿠퍼'. MINI의 아이코닉한 DNA는 그대로지만, 그 속은 이제 조용한 전기 모터가 가득 메운다. 클래식한 유산과 미래지향적 기술이 한 몸처럼 얽혀, MINI는 전동화의 흐름 속에서 자기만의 질서를 만들고 있다. 작고 단단한 차체 안에는 여전히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감성이 가득하다. MINI만의 새로운 당연함(?)이라고나 할까.

올-일렉트릭 MINI 쿠퍼. ⓒ MINI 코리아
작지만 분명한 울림. 과연 이 작은 전기차가 클래식 MINI의 감성을 온전히 계승했을까. 올-일렉트릭 MINI 쿠퍼를 직접 시승하며 그 진화를 확인했다. 시승코스는 BMW 차징허브라운지(서울 중구)에서 출발해 BWM 드라이빙 센터(인천 중구)를 다녀오는 약 110㎞다.
◆브랜드 헤리티지 계승에 간결함 가득
첫눈에 MINI 쿠퍼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짧은 오버행과 둥근 헤드램프 그리고 유니언잭 리어램프까지. 참고로 MINI 쿠퍼의 크기는 △전장 3865㎜ △전폭 1755㎜ △전고 1460㎜ △휠베이스 2525㎜다.
이전 모델들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당연하다. 올-일렉트릭 MINI 쿠퍼는 MINI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핵심요소만을 남겨 '카리스마 있는 간결함(Charismatic Simplicity)'이라는 뉴 MINI 패밀리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선명하게 표현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팔각형으로 재해석됐고, 휠 아치의 검정색 패널이 사라지며 전체 차체가 훨씬 정제되고 매끈해졌다. 기존의 장식 요소들을 과감히 덜어낸 덕분에 차체 본연의 형태가 도드라진다. 여기에 리어라이트 사이를 가로지른 블랙 핸들 스트립 하나로, 뒤태에는 MINI 특유의 위트와 절제된 감각이 또렷하게 새겨졌다.

리어라이트 사이를 가로지르는 블랙 핸들 스트립은 뒷모습을 더욱 스타일리시하게 완성한다. ⓒ MINI 코리아
실내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버튼은 거의 사라졌고, 눈길을 끄는 것은 단 하나 직경 240㎜의 OLED 원형 디스플레이다. OLED 원형 디스플레이는 MINI의 감성을 디지털로 풀어낸 상징 같은 존재다. 직관적인 조작감, 감각적인 인터페이스, 세심한 EV 기능들까지 그야말로 작지만 스마트하다.
또 클래식 MINI의 중앙 토글 바는 그대로 남아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전자식 기어 셀렉터와 플로팅 암레스트, 재활용 소재로 만든 직물 대시보드가 이 차가 과거가 아닌 '현재'에 속해 있음을 상기시킨다. MINI가 전통을 다루는 방식은 늘 이렇게 유려하다.
◆고-카트 필링 품은 순수 전기 주행성능
올-일렉트릭 MINI 쿠퍼는 △최고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33.7㎏·m의 전기모터를 전면에 품었다. 여기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7초.
출발이 야무지다. 가볍고 날쌔다.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반응 덕분에 도심에서의 스타트는 언제나 민첩하다.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스르륵 앞으로 튀어나가는 감각이 MINI 특유의 경쾌함과 어우러져 기분 좋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올-일렉트릭 MINI 쿠퍼의 힘은 수치보다 더 직접적이고 짜릿하게 다가온다.

실내는 필수적인 요소만을 남겨 미니멀한 감각을 극대화했다. ⓒ MINI 코리아
핸들링은 MINI답다. 작고 단단한 차체가 몸에 딱 붙는 듯한 일체감을 주고, 코너에서는 마치 고-카트(Go-kart)를 모는 듯한 짧은 응답성과 정밀한 조향감이 빛난다. 넓어진 윤거와 단단한 서스펜션 셋업은 전동화 이후에도 MINI가 왜 운전의 재미를 포기하지 않았는지를 증명한다.
놀라운 건 정숙성과 승차감이다. 후륜모터 주변에 흡차음재를 대폭 늘리고, 최적화된 흡음 타이어를 적용한 덕분에 노면 소음과 고주파음을 잘 걸러낸다. 과거 MINI가 다소 거칠게 느껴졌던 이들에게도 이번 올-일렉트릭 MINI 쿠퍼는 한층 여유로운 여정을 약속한다. 서스펜션은 도심의 요철을 부드럽게 넘고, 전반적인 승차감도 이전보다 유연해졌다.
요약하자면 '경쾌'와 '정숙'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성격을 절묘하게 공존시킨다. 이 작은 전기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감각이라는 이름의 드라이빙 파트너에 가깝다.
1회 충전으로 환경부 기준 300㎞(배터리용량 54.2㎾h)를 주행할 수 있고, 급속충전 시 10→80%까지 30분이 소요된다. 요즘 같은 시대에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00㎞면 욕 먹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MINI는 욕을 먹지 않는다. MINI는 다르니까. MINI니까. 2022년에도 남들이 300~400㎞의 모델들을 선보일 때 MINI는 159㎞짜리(MINI 일렉트릭)를 내놨다.

올-일렉트릭 MINI JCW. ⓒ MINI 코리아
솔직히(?) 올-뉴 일렉트릭 MINI 쿠퍼를 타고 얼마나 장거리를 다닐 것이며, 또 레저 활동을 할 때 타고 다닐 일도 없다. 올-일렉트릭 MINI 쿠퍼의 핵심은 '도심형'이다. 300㎞면 일상용 전기차로서 충분히 실용적이다.
올-일렉트릭 MINI 쿠퍼의 필살기는 노면을 읽는 감각, 서스펜션의 반응, 스티어링의 정밀함까지. MINI 특유의 '카트처럼 굴러가는 맛'이다. 그런데 이번엔 또 하나가 더해졌다. 리듬이다. 전기로 연주하는 재즈처럼, 정해진 박자보다 즉흥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무리하며
올-일렉트릭 MINI 쿠퍼는 시대가 바뀌어도 MINI는 여전히 MINI임을 말없이 증명한다. 작은 차체에 담긴 개성과 고집, 그 안에 조용히 흐르는 전기의 리듬까지 클래식과 미래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작은 아이콘이다.
작고 단단하지만 허전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MINI가 전기차로 바뀌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변화의 방식이다. MINI의 유산을 현재로 끌고 와 전기로 다시 빚어낸 재창조에 가깝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질문은 하나로 바뀐다. "이게 바로 MINI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