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작은 인형 하나가 2억원에 낙찰되는가 하면, 인형을 사기 위해 매장 앞에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서고, 구매자들끼리 다툼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 인형은 중국 장난감 기업 팝마트의 '라부부'다.
라부부는 뾰족한 귀와 9개의 톱니 이빨을 가진 요정으로, 홍콩 아티스트 카싱룽의 그림책 속 캐릭터다. 2019년 팝마트와 협업해 인형으로 제작되면서, 세계적인 가수 블랙핑크 리사와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SNS에서 선보여 큰 인기를 얻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는 팝마트 '라부부' 인형 구매 인증 게시글. ⓒ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SNS를 통해 입소문이 번지면서 품절 대란이 이어졌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리셀 시장까지 형성됐다. 팝마트 코리아는 라부부의 높은 인기와 품귀 현상으로 인해 구매권 추첨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팝마트의 주가는 1년 만에 580% 급등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58조원으로, 이는 헬로키티로 유명한 산리오와 바비 인형으로 알려진 미국 마텔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크다.
지난해 라부부의 매출만 30억 위안(한화 약 5809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팝마트의 해외 매출은 70억7000만 위안(한화 약 9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5.2% 증가했다.
왕닝 팝마트 창업주는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술가와 디자이너를 포용할 수 있는 IP(지식재산권) 플랫폼이기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중국의 우수한 제조업과 강력한 시장은 전 세계 예술가들이 IP를 개발하기에 최적이어서 앞으로 더 많은 놀라움을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팝마트는 현재 공장을 풀가동해도 전 세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다 보니 리셀 시장이 활발해지고, 2차 시장에서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라부부는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 한정판 운동화의 희소성을 활용한 '슈테크', 코로나 시기 희귀 식물 거래를 이용한 '식테크'처럼 수요와 공급의 차이를 이용한 투자 열풍이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 라부부가 전 세계 판매 채널에 재입고되면서 희소성이 깨지고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6개 세트가 2400위안이었던 상품이 650위안까지 떨어지면서 중국 누리꾼들은 이를 '6·18 팝마트 사건'으로 불렀다.
라부부가 인기를 얻은 배경에는 디즈니나 산리오와 차별화된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 바로 '무작위 판매' 방식이다. 팝마트의 '블라인드 박스'는 12가지 디자인 중 하나가 랜덤으로 들어 있어 원하는 디자인을 얻으려면 최대한 많은 제품을 구매할 수 밖에 없다.
도박 같은 재미를 느낀 소비자들은 한정판 디자인을 얻기 위해 대량 구매에 나섰고, 이는 팝마트의 판매량을 더욱 끌어올렸다.
IP를 기반으로 한 중국 브랜드 팝마트는 전 세계 완구 시장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세를 이어 팝마트는 최근 자체 스튜디오를 설립해 애니메이션 시리즈 영화 제작에도 나선다고 밝혔다.
팝마트 코리아 관계자는 "매장 네트워크를 서울에서 주요 도시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소비자접점을 높이기 위한 팝업스토어 운영 등 팝마트의 다양한 IP 매력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