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가 일본 오츠카제약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제 신약 병용요법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신약 허가가 최종 보류되며 24년 만에 기대됐던 새로운 PTSD 치료제의 등장은 다시 한번 불투명해졌다.
FDA 자문위원회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오츠카제약의 조현병 치료제 '렉설티(Rexulti·성분명 브렉시피프라졸)'와 미국 화이자의 항우울제 '졸로프트(Zoloft·설트랄린)'의 PTSD 치료 병용 요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렉설티는 오츠카와 덴마크 룬드벡이 공동 개발한 약물로, 미국에서는 이미 조현병, 주요 우울장애(MDD),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격앙 증상 치료제로 승인받아 사용되고 있다. 오츠카제약은 렉설티·졸로프트 병용요법으로 PTSD 치료제 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임상시험 3건의 데이터 가운데 1건의 증상 완화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FDA 정신약리약물자문위원회(PDAC)는 10대 1로 브렉스피프라졸(Brexpiprazole)과 설트랄린(Sertraline) 병용요법의 효능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FDA는 지난 16일 일관성 없는 임상시험 결과와 임상적으로 무의미한 치료 효과를 이유로 들며 렉설티와 졸로푸트 병용요법의 효능에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또한 FDA 자문위는 항정신병 약제인 브렉스피프라졸의 장기 사용이 체중 증가나 운동 장애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오츠카제약은 설트랄린과 위약을 병용요법으로 비교한 1건의 임상 2상과 2건의 임상 3상 연구결과를 토대로 브렉스피프라졸의 추가 허가를 신청했다. 성인 PTSD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세 가지 임상시험을 통해 브렉시피프라졸-설트랄린 병용요법과 설트라린-위약 병용요법과 비교·평가했다.
임상 2상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상 개선과 함께 안정적인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으나, 임상 3상 중 고정용량 시험에서는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특히 FDA 측은 시험 간 결과의 일관성 부족과 효과의 임상적 유의성 미비를 지적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오츠카제약은 "렉설티와 설트랄린 병용요법이 PTSD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FDA의 심사 과정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PTSD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의약품은 2001년 승인된 화이자의 졸로프트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팍실(Paxil) 두 종류뿐이다. 이후 약 20년이 넘도록 새로운 치료제는 등장하지 못한 상태다. 이 같은 배경에서 오츠카의 시도는 의료계와 제약업계의 주목을 받아왔지만, 이번 결정으로 업계 기대는 다시 유보됐다.
미국과 일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FDA 승인에 실패했지만, 제약사들은 계속 PTSD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PTSD의 적절한 치료 없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만큼, 새로운 신약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 제약사들 역시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제약은 미국 파트너 이온바이오파마와 함께 보툴리눔 톡신 성분을 PTSD 치료에 활용하는 방안을 실험 중이며, 유한양행·한미약품·동아ST 등도 관련 파이프라인을 개발, 연구 중이다. 싸이프레노바이오로직스와 비엔에이치리서치 등 바이오 기업들은 동물 실험 및 신경 회복 기술 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