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로서 가장 자주 접하는 분쟁 유형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 계약과 관련된 것이다. 스타트업은 개발사의 입장이든 발주자의 입장이든 개발 계약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 쉽게 노출된다. 특히 외주 개발 계약을 단가 협상 중심으로 접근하고 법적 리스크를 검토하지 않은 채 서둘러 체결한 경우, 분쟁 발생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은 계약 체결 이후 개발 결과물의 지식재산권 귀속, 대금 지급 지연, 개발 불이행, 소스코드 미인도 등 다양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계약서 한 문장에 따라 사업 전체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개발사와 발주자 양측은 사전에 핵심 법적 쟁점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외주를 맡기는 발주자의 입장인 경우, 계약 체결 시 개발 결과물에 대한 지식재산권 귀속 여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대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산출물의 권리를 자동으로 취득한다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 법률상 지식재산권은 원칙적으로 창작자인 개발사에 귀속되므로, 계약서에 명시적 이전 규정이 없다면 산출물에 관한 권리는 개발사에 남게 된다.
지식재산권의 귀속이 불분명하면 스타트업은 향후 서비스 운영이나 투자 유치 과정에서 심각한 법적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외부 감사나 기술가치평가를 받을 때에도 지식재산권 귀속 주체가 명확하지 않으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계약 초기에 귀속 관계를 명확히 해 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스타트업이 외주를 맡는 개발사의 입장인 경우에는 개발 결과물이 기존의 축적된 기술 기반 위에서 제작되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다른 개발업무 수행 시에 재사용 가능한 공통 모듈이나 범용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면, 전체 지식재산권을 발주자에게 이전하는 조항은 제한되어야 한다. 이 경우에는 특정 기술은 개발사가 보유하고, 발주자에게는 사용권만 부여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기능 명세와 개발 범위는 계약 체결 당시 구체적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사소한 기능이라도 문서화되어 있지 않으면 계약 외 과업으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기획서나 API 문서 등을 별첨하고, 사양 변경 발생 시 협의 절차와 대가 조정 기준을 계약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수와 납품 기준을 계약서에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납품 후 분쟁이 발생해도 책임을 따지기 어렵다. 발주자는 기능 구현 여부나 오류 발생 수준 등을 검토 기준으로 설정해야 하고, 개발사는 검수 요청 횟수나 자동 인정 조항 등을 통해 무한 수정 요구를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금 지급 방식은 계약 당사자 간의 신뢰와 리스크를 조율하는 핵심 요소다. 발주자는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분할하여 검수 완료 기준으로 지급하려 하며, 개발사는 중도금이나 보증금 확보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려 한다. 쌍방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합리적 분할 지급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개발이 완료된 경우에도 소스코드가 인도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통제권은 여전히 개발사에 있게 된다. 계약서에는 산출물의 범위에 소스코드, 주석, API 문서 등이 포함된다는 점과 인도 시기, 방식, 포맷까지 명확히 기재되어야 한다. 인도 조건이 불명확하면 사후 갈등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유지보수 조건은 계약 체결 시점에서 함께 협의되어야 한다. 납품 이후 발생하는 버그 수정이나 보안 업데이트에 대해 범위, 기간, 대응 시간, 비용 등을 사전 정하지 않으면 별도의 협상이 반복될 수 있다. 발주자는 일정 기간 동안 최소한의 유지보수가 가능한지를 계약 단계에서 판단해야 한다.
외주 개발 계약은 단순한 업무 위탁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핵심 기술과 사업 지속성에 직결되는 법적 합의다. 계약 당사자 쌍방은 상대방의 리스크를 이해하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계약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정형화된 계약서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사업 구조에 맞는 계약서를 직접 설계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박정현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 미국 Swarthmore 대학교 경제학과·중어중문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