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가 지난 1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유족 대상 설명회에서 "조류 충돌로 손상된 우측 엔진이 아닌 정상 좌측 엔진이 꺼진 정황"을 발표했는데, 이 주장이 파장을 일으켰다.
이어 사조위는 양쪽 엔진 출력 상실로 IDG(엔진 동력장치)가 꺼짐에 따라 FDR(비행자료기록장치)·CVR(조종실 음성기록장치) 전원과 랜딩기어 일부 기능이 정지된 정황도 함께 공개됐다.
사조위는 이를 △NTSB(미국 연방 교통안전위원회) △FAA(미국 연방항공청) △BEA(프랑스 민간항공안전조사국) 등 다국적 전문가 및 프랑스 CFM 인터내셔널(프랑스·미국 합작 항공엔진 제조사) 조사팀과 협업한 정밀 분석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잠정 추정 단계임에도 '조종사 과실 가능성'이 유출된 셈으로 논란을 키웠다.
이에 대해 유족대표 김유진 씨는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에 대한 조사 역량도 부족한 상태에서 결론부터 서둘러 발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무안국제공항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서 인양된 두 번째 엔진이 트레일러에 실려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특히 유족 측은 충돌 당시 조류 떼 규모, 비행 고도, 엔진 손상 정도 등 FDR·CVR 데이터의 전면 공개를 요구하며, 공개되지 않은 핵심 항공 데이터를 근거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발표 직후 유족이 브리핑장에 난입하며 항의했고, 사조위는 언론 브리핑을 갑작스레 취소하고 발표 보도자료를 회수하는 초유의 사태도 초래됐다.
제주항공조종사노동조합 역시 성명을 통해 "사조위 발표는 조종사를 잠정 과실자로 몰아가는 '악의적 프레임'이다"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노조는 "사고 직후 엔진 내부에서 양쪽 엔진에서 조류 파편이 확인됐다고 밝히고도, 감전 의심의 좌측 엔진 정지라고 발표한 것은 자기모순이다"라며 발표 내용 전반을 문제 삼았다.

입장 밝히는 김유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대표. ⓒ 연합뉴스
또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로컬라이저 지형 등 시설 요인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국토부 산하기관의 구조적 편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조사권 분리·노조 및 전문가 참여를 포함한 절차 개편까지 요구하고 있다.
현행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사고조사 기준에 따르면 FDR·CVR의 비공개·보류는 가능하지만, 조사 초기부터 투명한 진행 절차와 보고서 공개 시점·공개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다. 그러나 사조위는 "데이터는 ICAO 규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지연하며, 최종 보고서 예정일인 2026년 4월까지 추가 발표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로 인해 사고조사의 근본 원인을 말하기 전에 첫 발표부터 조종사 과실 유추와 사실 재단의 위험성이 고개를 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고조사는 단순 사고조사를 넘어 국가항공안전시스템 자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시험하는 시험대가 됐다. 여론, 국제 기준, 구조적 개혁 요구가 얽힌 가운데 사조위가 절차와 기술적 분석을 분리해 구성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가가 앞으로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