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은행·우리은행·토스를 중심으로 한 금융권 알뜰폰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은행권이 단순 예대업무를 넘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진화하면서 통신까지 아우르는 생활밀착형 플랫폼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알뜰폰 브랜드를 통해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시도해 새로운 고객 유입 통로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우리은행·토스를 중심으로 한 금융권 알뜰폰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통신비 절감에 금융 혜택을 얹은 요금제를 앞세워 2030세대를 겨냥한 주거래 고객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 선두주자 KB, 대면 개통·보안 혜택으로 차별화
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12월 금융권 최초로 알뜰폰 브랜드 'KB리브모바일'을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해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알뜰폰 사업이 부수업무로 정식 지정되며 제도적 기반도 갖췄다.
KB리브모바일은 전국 영업점과 출장소를 통해 대면 개통이 가능한 유일한 금융계 알뜰폰 브랜드다. 시니어 요금제, 데이터 환급 서비스, 멤버십 연계 할인 등 다양한 금융 연계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가입자는 지난 6월 기준 43만7000명을 기록했다.
특히 리브모바일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이동통신 만족도 조사에서 8회 연속 1위를 달성하며 고객 신뢰도를 입증했다. KB금융 내 계열사와 협업한 '해킹보호 3종 서비스' 등 보안 기반의 서비스도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은행 창구에서 개통이 가능한 구조는 비대면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금융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접근성을 제공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알뜰폰 서비스를 통해 고령층 맞춤 요금제를 신설하고, 창구 안내 체계를 강화하며 신규 고객 유치 효과를 높이고 있다.
◆ 우리은행, 2030 공략…2개월 만에 2만명 돌파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알뜰폰 브랜드 '우리WON모바일'을 출시하며 본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우리WON뱅킹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100% 비대면 개통이 가능하고, 업계 최초로 만 18세 이하 청소년도 셀프 개통할 수 있도록 했다.
출시 3주 만에 1만명, 2개월 만에 2만명을 돌파하며 빠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급여이체 실적이나 예·적금 상품 보유 시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전용 고금리 적금·카드와 연계한 금융 상품도 지속 출시 중이다.
2030세대 선점을 위해 모델 장원영을 앞세운 대규모 마케팅도 전개하고 있다. 백화점 상품권, 커피 쿠폰, 친구추천 이벤트 등 고객 참여형 마케팅을 강화하며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 나섰다.
다만 현재는 전 지점이 아닌 비대면 전용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대면 창구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채널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며, 향후 오프라인 개통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 토스모바일, 사용자 중심 요금제와 생활 혜택 앞세워 시장 안착
간편결제 플랫폼 토스가 운영하는 '토스모바일'도 금융권 알뜰폰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23년 알뜰폰(MVNO) 계열사로 출범한 이후 1년 만에 가입자 수 약 19만2000명(지난해 말 기준)을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토스는 기존 통신 서비스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사용자 경험 중심의 요금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사용량 맞춤 요금제'다. 실제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자동 추천·조정하는 방식으로, 통신비 절감 수요가 큰 고객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편의점 브랜드 CU와 제휴해 매월 할인과 포인트 적립을 제공하는 'CU 요금제', 수도권 유심 퀵배송, 요금제 캐시백 등 실생활에 밀착된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 통신요금 할인과 간편결제 앱 내 통합 운영을 통해 고객 편의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토스모바일은 현재 KT와 LGU+ 망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만간 SKT 망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토스 앱 사용자 기반을 활용해 통신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흡수시킨 것이 특징으로 알뜰폰 사업을 토스 생태계 강화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상품과의 직접 연계는 아직 뚜렷하지 않아, 향후 통신-금융 융합 모델이 어떻게 발전할지 주목된다.
◆ '통신→금융' 고객 전환이 핵심…플랫폼 완성도는 '숙제'
은행들이 알뜰폰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한 수익 확보가 아니라 고객 유입 전략 차원에서 해석된다. 통신비 절감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층을 주거래 고객으로 전환하고,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상품 개발, 마이데이터, 신용평가 등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금융이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통신-금융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2030세대의 디지털 소비 성향에 맞춘 실속형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토스모바일 역시 금융 플랫폼 내 통신 기능을 흡수시키며 사용자 접점을 확장하고 있다.
알뜰폰 시장 자체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입자 수는 지난 4월 말 기준 986만명을 넘어섰고, 하반기 중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적극적인 진입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시장 전체를 확대하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다만 알뜰폰 시장의 성장세와 별개로, 금융권 브랜드들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통신업 자체가 높은 유지비에 비해 마진이 낮은 구조인 데다, 금융과의 시너지 효과가 실질적으로 입증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요금제 구성이나 혜택이 유사한 상황에서 차별화를 이루려면, 고객 경험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완성도가 중요하다. 통신요금 할인이나 단기 프로모션 중심의 운영을 넘어, 통합 앱 사용자 경험(UX), 고객 맞춤 요금 추천, 피싱 방지 같은 기능 정교화가 서비스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한 은행권 MVNO 전략 담당자는 "통신은 고객의 생활 접점을 확장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향후 금융 플랫폼 내에서 얼마나 정교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장이기도 하다"며 "단순히 알뜰폰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 얼마나 빠르게 고객의 데이터를 금융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