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크지만 섬세한 '볼보 XC90' 가족을 위한 진짜 럭셔리

마일드 하이브리드·에어 서스페션·차세대 UX…편안함의 기술이 만든 신뢰

[프라임경제] 전동화와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며, 가족용 SUV 시장도 새로운 기준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안전, 안락함, 일상의 편의성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지키는 힘.

그 본질에 가장 충실한 SUV 중 하나가 바로 XC90이다. 단지 크고 고급스러운 차를 넘어, 함께 타는 사람 모두의 경험을 중심에 둔 설계 철학이 담겨 있다. 가족의 안락함을 위해,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그리고 북유럽이 정의하는 프리미엄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태어난 차다.

아이언 마크(Iron Mark)와 함께 브랜드 최초로 사선의 메시 인서트와 그래픽적인 패턴을 적용한 프론트 그릴은 강인하면서 견고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 노병우 기자

특히 최근에는 효율성과 퍼포먼스를 모두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기반의 프리미엄 SUV가 주목받고 있다. XC90 역시 '모든 걸 갖춘 패밀리카'에 대한 볼보의 해답을 보여준다. 볼보라는 브랜드의 철학을 풀어낸 XC90은 조용하고 부드럽게, 때론 단단하고 듬직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을 위한 차였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XC90 B6 AWD Ultra 트림이다. 시승코스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서울 중구)에서 출발해 을왕리를 다녀오는 약 150㎞다.

◆절제의 미학, 북유럽 감성의 정수

XC90과 마주한 첫인상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다. 위압적인 덩치를 가졌지만 결코 날카롭지 않다. 고요하지만 나름 심심하지 않다. 5m에 육박하는 전장은 존재감을 주지만, 직선과 면으로 정리된 실루엣 덕분에 오히려 담백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현대적인 스칸디나비아 스타일과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스웨디시 럭셔리 플래그십 신형 XC90. = 노병우 기자

전면부의 새로운 아이언 마크(Iron Mark)와 브랜드 최초로 사선의 메시 인서트 그릴은 절제된 힘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와 프론트 범퍼, 펜더 및 보닛 등의 디테일에 변화를 줬으며, 순차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연출되는 라이트 시퀀스는 마치 고요한 환영을 건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실내에 들어서면 그 인상은 더 깊어진다. 나파가죽 시트와 우드 인레이, 텍스타일 소재가 어우러진 인테리어는 북유럽 리빙룸을 연상시킨다. 수평적 형태를 지닌 대시보드는 새로운 세로형 송풍구 디자인과 함께 100%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텍스타일과 질감을 강조하는 조명이 포함된 우드 데코가 조합됐다. 

픽셀 밀도를 21% 높여 더욱 선명한 해상도를 구현한 11.2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뛰어나고 편의성이 높아졌으며, T맵과 웨일 브라우저는 물론 인스타그램, OTT 애플리케이션까지 지원해 차 안에서 일상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외관은 디테일에 변화를 주며 차세대 전기차와 긴밀하게 조화를 이룬다. = 노병우 기자

특히 이번 신형 XC90에서는 '인간 중심(Human-Centric)' 철학이 한층 구체화됐다. 볼보는 한국 고객을 위해 TMAP 모빌리티와 공동 개발한 커넥티비티 시스템을 새롭게 탑재했고, 이를 통해 차세대 사용자 경험인 Volvo Car UX를 구현했다. 이 시스템은 퀄컴(Qualcomm)의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Snapdragon Cockpit Platform) 기반으로 설계됐는데, 기존 대비 두 배 가까이 향상된 응답성으로 더욱 직관적이고 민첩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압권은 B&W 하이파이 사운드 시스템이다. 저음은 단단하고 고음은 맑으며 공간감이 탁월하다. 음악 한 곡만으로도 이 차가 주는 감성은 충분히 전해진다.

◆부드럽고 안정적인 파워트레인의 힘

XC90 B6 Ultra 트림의 핵심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에어 서스펜션의 조화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진 액티브 섀시 시스템이다.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돼 최고출력 300마력을 내며, 가속은 부드럽고 회생제동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XC90은 플래그십의 존재감을 강조할 수 있도록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됐다. = 노병우 기자

초당 500회에 달하는 정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차와 도로, 운전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액티브 섀시 기술과 에어 서스펜션의 조화는 탁월한 승차감을 완성한다. 시속 100㎞를 넘겨도 차체는 흔들림 없이 안정감을 유지하고, 과속방지턱에서도 마치 가라앉듯 유연하게 반응한다. 차고 조절 기능도 있어 고속주행 시에는 자동으로 차체를 낮춰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운전 감각은 전형적인 볼보다. 다이내믹한 감성보다는 진중하고 묵직한 느낌이 중심이다. 하지만 스티어링은 가볍고 민첩해 도심주행에서도 부담이 없다. 

특히 XC90은 '가장 안전한 프리미엄 자동차'라는 볼보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첨단 안전 케이지 구조와 함께, 볼보의 '안전 공간 기술(Safe Space Technology)'이 기본 적용돼 운전자의 실수를 보완하고 사고의 위험을 실시간으로 낮춘다.

가장 혁신적인 변화 중 하나로 한국 시장을 위해 TMAP 모빌리티와 개발한 커넥티비티는차세대 사용자 경험인 Volvo Car UX가 새롭게 탑재됐다. = 노병우 기자

전방·측방·후방에 장착된 레이더, 카메라, 초음파 센서는 주행 중 끊임없이 주변을 감지하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 △차선 유지 보조(Lane Keeping Aid) △반대차선 접근차량 충돌회피(Oncoming Road Mitigation) △사각지대 경보 및 조향 어시스트(BLIS) △후측방 경보 및 후방 추돌 경고(Rear Cross Traffic Alert with Autobrake) △교차로 충돌 경고 및 긴급제동 서포트(Intersection Auto Brake) 등 최첨단 주행 보조 기술을 지원한다.

이 모든 기능은 마치 '차와 가족을 지켜주는 울타리'처럼 묵묵히 작동하며, 매순간 신뢰감을 더해준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 안심으로 채워지는 이유다.

◆마무리하며

XC90은 한 줄로 요약하면 '가족을 위한 진짜 럭셔리'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진 않지만, 매 순간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조용하고, 따뜻하며, 믿을 수 있다. 북유럽 감성 위에 최첨단 커넥티비티와 안전기술을 더한 XC90 B6 Ultra는 실용성과 감성, 기술의 균형을 완벽에 가깝게 끌어올린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장 편안하고 품격 있게 만들고 싶다면, XC90은 그 목적에 가장 가까운 SUV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