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대규모 자금 해외 유출 의혹

패밀리오피스·신탁 등 싱가포르 법인 설립…국내 자산 해외이전, 적법 절차 따져봐야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5.07.17 11:45:54
[프라임경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대규모 자금이 해외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한 매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한 최소 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싱가포르로 이동한 정황이 드러났다. 만약 한국의 자금이 싱가포르로 이동했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절세 국가'로 유명한 싱가포르에 2021년부터 이듬해까지 총 3개 법인을 설립했다. 싱가포르 법인은 2021년 6월에 설립한 'S&C FUND'(신탁 금융사)와 'OFFICE S&C'(패밀리오피스), 2022년 3월 설립한 'SD&CE HOLDINGS'(지주사) 총 3곳이다. 이 중 패밀리오피스인 'OFFICE S&C'가 눈에 띤다.
 
싱가포르 비거주자가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기 위해선 순수 금융자산만 5000만 싱가포르 달러(약 538억원)가 필요하다. 싱가포르에서 패밀리오피스를 보유한 신 전 부회장이 현지에서 최소 538억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는 상속세,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고 2023년부터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자산가에게 금융투자에 따른 소득세도 면제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세금 혜택을 고려해 싱가포르로 자금을 이동시켰다고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 전 부회장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 롯데 주식을 차례로 매각해 총 약 1조4000억원의 현금을 챙겼는데 싱가포르에 법인을 만들기 시작했던 시기(2021년부터 2022년)와 겹친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 연합뉴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대규모 일본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게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 주식 매각 시기와 싱가포르 법인 설립 시점이 이어져 있는 것을 보면 정황상 한국 주식 매각 재원 전부 또는 일부가 싱가포르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의 대규모 자금 해외 유출 사실에는 들여다 볼 부분이 있다.
 
먼저 한국 롯데 주식 매각 재원이 싱가포르로 이동했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산 처분 후 해외로 이전할 경우 해당 자산의 27.5% 상당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출국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 주식을 현금화한 재원이 총 1조4000억원이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이 재원이 모두 싱가포르로 이동했다고 가정했을 때 단순 세율 계산 시 세금만 3850억원에 달한다.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자금을 유출했다면 세법을 준수 했는지 철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 과정에서 세금 탈루 혹은 누락이 발생했다면 이는 수사기관을 통해 규명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신 전 부회장의 자금 유출이 싱가포르에 긍정적 영향을 준 반면 반출국 입장에선 부정적 영향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패밀리오피스에 일정 수준 이상의 고용과 투자를 요구한다. 싱가포르 통화청은 개별 오피스당 최소 2명에서 3명까지 투자 전문가를 고용하도록 의무화했으며 각 인원에게 월 3500 싱가포르 달러(약 377만원) 이상을 지급해야 하는 최소 급여 기준까지 설정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와 관계되는 금융사, 회계법인 등까지 감안하면 싱가포르는 자국 내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수 만개의 고급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패밀리오피스는 전체 운용 자산의 10% 혹은 1000만 싱가포르 달러(약 108억원)를 싱가포르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과 펀드 등 싱가포르 내 각종 자산에 투자해야 하고, 운용 자산에 맞춰 매년 20만 싱가포르 달러(약 2억원) 이상 지출하도록 요구 받고 있다. 기부도 의무화돼 있다. 

운용 자산 규모에 맞춰 50만~100만 싱가포르 달러(약 5억~11억원)를 기부해야 한다. 이처럼 신 전 부회장의 유출 자금은 싱가포르의 고용, 투자, 기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 걸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반면 한국 자금이 이동한 것이라면 우리나라 정부 입장에서는 1조 4000억원의 재원이 주식시장을 이탈해 그 중 일부가 싱가포르로 이동한 '국부 유출'인 셈이다.
 
또한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 주식을 현금화한 행태가 신격호 창업주의 의도와 부합하냐는 점이다. 신격호 창업주는 오너가로서의 책임감을 염두에 두고 증여한 것이겠지만, 신 전 부회장은 이를 도외시한 채 사욕을 채우기 위해 주식을 매각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이 현금화한 자산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로부터 증여받은 지분이다. 신 창업주는 일본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고국에 투자해 산업화 시대 고도성장을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그런 측면에서 신 전 부회장이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해외에 법인을 세워 자금을 이전한 행위는 부친의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내 모든 주식을 매각해 더 이상 주주 자격이 없는 신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 경영상황을 비판하고 무의미한 소송전까지 이어가고 있는 모습도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로서 책임감을 스스로 벗어 던진 인사가 비판 행위에만 매몰돼 있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