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재명 정부가 오는 21일부터 전 국민 대상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며 경기 부양과 물가 안정 카드에 시동을 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1인당 10만원' 지원금 논리가 실제 정책으로 첫발을 떼는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식품업계 안팎에선 이번 지원금이 단기적인 소비 진작 효과는 있겠지만, 구조적인 물가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한 편의점에 붙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 안내문. ⓒ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달 19일 올해 세출을 20조2000억원 확대 편성하는 내용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의결했다. 세입 추경(10조3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30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정부는 이번 지원금을 통해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려 내수 회복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5만원에서 45만원까지 차등 지급된다. 차상위계층 및 한부모 가족은 1인당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1인당 40만원이다. 이외에도 비수도권 지역 주민에게 3만원, 농·어촌 인구감소지역(84개) 주민에 대해서는 5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문제는 이 같은 지원금이 실제로 식탁 물가를 낮추는 데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금을 풀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늘려주더라도 기업이 안고 있는 원가 부담은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원자재비, 물류비, 인건비 등은여전히 유지되면서 제품 생산단가 자체는 그대로인 탓이다.
식품업계 내부에서도 "이번 지원금이 단기 매출 증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출고 가격 인하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대기업은 그나마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에 동참할 여력이 있지만,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도 벅찬 중소 식품사들은 추가 할인에 동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쿠폰을 주고 할인 행사를 하라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원재료 인하세나 물류비 지원 같은 근본적인 부담 완화 없이는 가격을 더 낮추기 어렵다"며 "지금처럼 원가 압박이 계속되면 시차를 두고 가격을 다시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지원금이 실질적인 '물가 안정 카드'가 되려면 단기 현금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식탁 물가의 핵심인 식품 제조원가를 낮추려면 원자재 수입관세 조정, 물류 인프라 지원, 에너지 비용 절감 같은 구조적인 처방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오히려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성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번 추경의 절반 가까이가 소비 쿠폰 등 일회성 소비로 정책 효과는 단기에 그치는 반면 시중에 풀린 돈이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도 재난지원금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유동성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유사하게 늘어났는데 정부의 이전지출 확대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실제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한우 가격이 급등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원금 지급 전 3%대였던 한우 물가가 지원금 지급 후 10%까지 급등했다. 고가 먹거리 군에 속하는 한우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함께 오른 셈이다.

2021년 서울 용산구 정육점에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 연합뉴스
이처럼 업계 전반의 우려는 결국 소비 진작의 '지속성'과 '현실성'에 맞닿아 있다. 일시적으로는 소비가 살아나고 물가를 눌러줄 수 있지만, 공급 안정화와 인플레이션 관리가 병행되지 않으면 다시 부담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희원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새 정부 출범과 소비 진작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실제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지속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하반기에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같은 내수 진작 행사,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 개선, 신산업 육성 지원 등을 통해 성장과 소비 여력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