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경상용 전기차와 PBV(Purpose Built Vehicle)가 도심 물류, 통학, 교통약자 이동을 아우르는 핵심 모빌리티로 부상하고 있다. PBV는 더 이상 특수목적 차량이 아니다. 환경과 경제, 사람의 이동까지 아우르는 미래 도시의 핵심 모빌리티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글로벌 경상용 전기차 및 PBV 시장 동향' 보고서는 전 세계 상용차시장의 전동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PBV가 단순 운송 수단을 넘어 친환경·경제성·맞춤형 이동수단으로서 산업 전반의 구조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경상용 전기차 판매량은 약 66만대로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전체 경상용차 중 약 7%를 차지하며, 물류·운송 산업에서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45만대로 전년 대비 90% 급증하며 시장을 선도했고, 유럽은 11만7000대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전기밴 시장의 핵심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글로벌 대형 유통 기업들이다. 아마존, 월마트 등은 탄소배출 감축과 라스트마일 배송 최적화를 위해 전기밴 도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물류산업 내 상용 전기차 수요를 견인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국내 상황은 다소 상반된다. 2023년 국내 경상용 전기차 판매는 2만1000대로 전년 대비 52% 급감했다. 1톤 전기트럭은 초기 높은 수요를 보였으나,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인프라 부족 등의 한계로 수요가 LPG 트럭 등으로 분산됐다.
반면, 중국산 전기밴은 가격경쟁력과 다양한 모델을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PBV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는 다양한 상업용 목적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모듈형 상용차 플랫폼 'ST1'을 개발하고 있으며, KGM은 기존 픽업트럭의 강점을 전기차로 계승한 '무쏘 EV'를 출시해 실용성과 브랜드 유산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기아는 PBV 전용 플랫폼 'PV5'를 공개하며, 설계 단계부터 목적 기반 활용을 고려한 '플랫폼 중심 PBV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은 증가하는 PBV 수요에 대응해 르노-볼보-CMA(물류기업)가 합작한 전기밴 전문기업 'Flexis'가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중국 CATL 역시 자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경상용 EV 플랫폼 'Kunshi'를 공개했다.
KAMA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PBV가 단순 상용차를 넘어 △교통복지 △자율주행 △도심 환경 문제 해결의 전략적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PBV 확대의 필요성은 환경, 경제성, 수요 세 축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먼저 환경 측면에서는 경상용차가 전체 차량의 7%에 불과하지만 탄소배출 비중은 10%에 달할 만큼 환경적 부담이 크다. 게다가 이들 차량은 도심 내 물류, 통학, 배달 등에 주로 사용돼 전동화 시 대기질 개선 효과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PBV는 경쟁력이 있다. 연료비, 유지비, 운영비 등을 포함한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전기 상용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우위에 있으며, 이는 기업들의 차량 전환을 유도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ESG 경영과 탄소 규제 강화에 따른 기업의 대응 움직임이 활발하다. 글로벌 물류기업을 중심으로 전기밴 도입이 확대되고 있는 동시에 고령자, 장애인, 어린이 등 교통약자를 위한 맞춤형 이동 수단으로서도 PBV의 활용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PBV 시장의 확산을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KAMA는 △국내 생산 PBV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인증·규제 체계 유연화 △충전인프라 확충을 PBV 산업 활성화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특히 복지시설, 물류센터, 유치원, 학원 등 PBV의 주요 수요처에 대한 충전인프라 구축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차량 공급을 넘어 국내에서의 안정적인 수요 기반과 산업 생태계 조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강남훈 KAMA 회장은 "PBV는 향후 자율주행 기술과 결합해 무인배송, 무인셔틀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이다"라며 "PBV 보급 확대는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질 개선, 국내 제조사의 상용차 수출 에도 기여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PBV의 국내 제조기반 유지를 위해 국내 생산 차량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더불어 시장 활성화를 위해 물류센터, 복지시설, 유치원, 학원 등 주요 수요처에 충전설비 구축이 지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