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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비트코인 올라탄 국내 상장사들…개미는 '안절부절'

"가상자산 관련 공시, 구체적 표준지침 없어…투자자의 위험도 파악 어려워"

임채린 기자 | icr@newsprime.co.kr | 2025.07.16 15:13:15

국내 상장사들은 전환사채(CB) 발행, 사업 목적 변경 등 비트코인을 활용해 기업가치 재고에 나서고 있다. 단기 급등기에 이뤄지는 무분별한 투자가 향후 재무건전성과 주주 가치를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가상자산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직후 하루 만에 5% 넘게 하락하며 시장에 경고음을 울렸다. 미국 의회에서 가상자산 핵심 법안들이 좌초된 데다 장기보유 물량까지 대거 출회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상장사들은 전환사채(CB) 발행, 사업 목적 변경 등 비트코인을 활용해 기업가치 재고에 나서고 있다. 단기 급등기에 이뤄지는 무분별한 투자가 향후 재무건전성과 주주 가치를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16일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전 8시 기준 비트코인은 11만7838.61달러(약 1억6300만원)에 거래됐다. 전날(15일) 미국 코인베이스에서 사상 처음 12만3000달러를 돌파했으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11만5700달러대까지 밀렸다. 이는 불과 하루 만에 7000달러 이상 빠진 셈이다.

블록체인 데이터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최근 하루 동안 전 세계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한 비트코인은 35억달러(약 4조8590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 하루 기준 최대 규모다. 특히 이 중 56%인 19억달러는 155일 이상 보유했던 장기 투자자 물량으로 분석됐다. 급등에 따른 부담이 장기 보유 물량까지 쏟아내게 만들며 시장 조정을 자극한 셈이다.

시장 불확실성에 기름을 부은 건 미국 의회다. 미 하원은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로 지정하고 △스테이블코인 규제(지니어스 법안) △디지털자산 규제 명확화(클래러티 법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금지법 등 가상자산 관련 3대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었다.

다만 전날 표결에서 찬성 196표, 반대 223표로 절차 개시안이 부결됐다. 이미 상원을 통과한 지니어스 법안은 하원에서 수정되면 다시 상원 재심의를 거쳐야 해 최종 통과 일정이 늦어진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추가 협의를 통해 조만간 다시 표결에 부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규제 불확실성을 즉각적으로 가격에 반영했다.

아비나시 셰카르 파이42 공동창업자는 "이번 조정은 급격한 상승 이후 나타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기관의 관심은 여전히 강하고 주요 지표들도 상승세를 가리킨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 속 국내 상장사들은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거나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방식으로 투자 행보를 넓히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국내 상장사는 15곳을 넘는다. 코스닥 상장사 비트맥스는 지난 11일 기준 400.25개의 비트코인을 들고 있어 국내 상장사 중 보유 규모가 가장 크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9월 기준 223개, 네오위즈홀딩스는 123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39개, 셀트리온은 올해 3월 기준 18.05개, 넷마블(8.29개), 갤럭시아머니트리(7개), 다날(6개)도 일부 편입했다. 엑셈(1.08개), 펄어비스(0.56개), 티사이언티픽(0.55개)도 시장 변동성에 직접 노출돼 있다.

CB 발행이나 사업 목적에 가상자산 조항을 넣어 투자 폭을 키우는 상장사들도 늘고 있다.

갤럭시아머니트리와 다날은 결제·핀테크 업종 특성을 살려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기술투자(두나무 지분 약 7~8%)와 한화투자증권(5.94%)은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시장과 연결된다. 

FSN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카이아(KAIA)를 직접 들고 있으면서 대체불가능토근(NFT)·웹3.0 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위지트는 NFT·메타버스 프로젝트로 블록체인 생태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회계 기준상 비트코인이 무형자산으로 분류돼 가격이 하락하면 즉시 손상차손을 반영해야 하고, 반대로 가격이 올라가도 매도 전까지는 평가이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없다. 기업이 대규모로 비트코인을 보유할 경우 시세가 급락하면 손실이 고스란히 재무에 찍힌다.

금융당국은 상장사가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관련 사업을 추진할 경우 공시를 의무화했으나 구체적인 표준지침이 없어 투자자가 위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사업보고서에 가상자산 문구만 슬쩍 넣거나 약관을 바꾸는 식으로 시장에 진입해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제대로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열풍은 국내 상장사에 새로운 성장 전략을 제공했으나 단기 시세 기반 투자는 결국 기업 재무와 주주 가치를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승훈 가상자산 리서치센터장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지금 사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불안 심리가 커지나 상장사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투명 공시로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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