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5분 단위로 실적을 체크당합니다. 20년 넘게 화장실 가는 시간도 눈치 봤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AI 때문에 일자리까지 잃고 있습니다. 기술만 발전하고 우리는 점점 밀려나고 있어요."
최근 대전에서 열린 대통령 타운홀 미팅에서 나온 상담사의 말이다. 단순한 하소연 같지만, AI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의 불안을 그대로 보여준다. 실제로 이 상담사는 2023년 AI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해고됐다.
AI 기술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AICC 시장은 2030년까지 8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 지자체, 중소기업 등에서도 챗봇과 음성봇을 이미 쓰고 있다.
변화는 현실이 됐다. 예전엔 상담사들이 단순 민원 접수나 송금 안내, 반복적인 업무를 맡았다면, 이제 이런 일은 대부분 AI가 한다. 대신 사람은 예외 상황을 판단하고, 불만을 조율하고, 감정을 살피는 복잡한 일을 맡게 됐다.
한국능률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제 상담사에게 중요한 건 빠르기나 정확함이 아니라, 공감하고 판단하고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밝혔다. 일이 달라진 것이다.
물론 두려움도 크다. AI 도입 이후 일부 상담사는 일자리를 잃거나 근무 시간이 줄었다. "공순이가 콜순이가 됐다"는 말은 상담사도 기계처럼 다뤄지는 현실을 꼬집는다.
하지만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상담사는 이제 AI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을 돕는 중심 역할을 한다. 복잡한 문의도 몇 번의 검색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결국 고객과 직접 마주하는 건 사람이다.
AI 시대, 상담사는 사라지는 직업이 아니라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AI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함께 잘 써야 할 도구로 봐야 한다. 상담사는 여전히 고객 경험의 중심에 있다. 앞으로도 그 자리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