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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원의 언더백프랜차이즈] 팔릴 것인가? 성장할 것인가?

 

천세원 외식인(FC다움) CDO | press@newsprime.co.kr | 2025.07.11 12:00:26
[프라임경제] 최근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해외 자본에 팔렸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단일 브랜드가 수천억 원대의 몸값을 인정받는 뉴스는 많은 본부들에게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팔리면 좋겠다'는 기대를 심어준다.

가장 최근 사례만 봐도 그렇다. 메가커피는 2021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와 국내 PEF에 매각되며, 가성비 커피 시장의 폭발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투썸플레이스는 같은 해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 약 8000억원 규모로 인수되며, '디저트카페 프리미엄화 전략'과 '시스템 운영력'을 통째로 인정받았다.

이런 흐름은 단순히 '팔렸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시사점을 담고 있다. 해외 자본은 단기 매출이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와 콘셉트, 한국 시장에서 증명된 운영 시스템, 글로벌로 이식할 수 있는 효율성을 보고 투자한다는 점이다.

최근 주목받는 졸리비(Jollibee)의 인수 행보도 바로 이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필리핀 최대 외식기업 졸리비는 커피빈, 컴포즈커피, 노랑통닭까지 잇달아 인수하며 한국 브랜드를 단순히 들여오는 수준을 넘어서, 자국과 글로벌 시장에 역수출하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수천억 원대의 화려한 거래 금액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졸리비는 왜 그 돈을 주고 샀을까?

졸리비가 본 것은 단순한 점포 수나 매출이 아니다. 한류가 만들어낸 감각적이며 프리미엄인 브랜드 자산, 한국 시장이라는 초경쟁 환경에서 증명된 운영 효율성 IT 기반 주문 시스템, 표준화된 매뉴얼, 물류망까지 통째로 이식 가능한 경쟁력.

결국, 졸리비는 '준비된 시스템'과 '글로벌 마케팅 자산'을 사간 것이다. 필리핀 내에서 한류가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는 상황에서, 이 브랜드를 사서 자사 포트폴리오를 젊고 감각적으로 리뉴얼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가맹점 100개 미만의 언더백 프랜차이즈 본부는 이 사례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규모가 작다고 해서 글로벌 전략을 꿈꿀 필요가 없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작기 때문에 더 빠르게, 더 치밀하게 준비할 수 있다.

브랜드부터 명확하게 하자
졸리비가 돈을 주고 산 것은 단순히 매장 수가 아니라 '브랜드 자산'이었다. 한국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 콘셉트, 디자인, 심지어 모델(아이돌)을 통한 이미지까지가 통째로 마케팅 자산이 된 것이다. 언더백 본부는 지금이라도 자문해야 한다. 우리 브랜드는 무엇을 약속하는가? 고객이 우리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시각적으로, 언어적으로, 서비스적으로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가? 작을수록 더 선명해야 한다. 콘셉트가 흔들리면 가맹점주는 불안해지고, 소비자는 떠난다. 반대로 명확하고 감각적인 콘셉트는 브랜드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 된다.

매뉴얼과 시스템을 완성하자
컴포즈커피가 주목받은 이유는 저가 커피라는 콘셉트뿐만 아니라, 자체 로스팅 설비, 효율적인 운영, 무차입 경영구조 같은 '시스템' 경쟁력이었다. 졸리비가 컴포즈커피를 산 이유는 바로 이 시스템을 배워서 자사 네트워크에 이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더백 본부야말로 지금이 기회다. 표준화 매뉴얼을 설계하고, 교육 체계를 다듬고, IT 주문·매출 관리 시스템을 준비할 시기다. 규모가 작을수록 변화가 빠르고, 개선 속도도 빠르다. 이를 미리 설계해두면 '우리 브랜드의 가치'가 전혀 달라진다.

한국 시장에서 승부해보자
한국 외식 시장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초경쟁 시장이다. 신메뉴 주기가 빠르고, 소비자 입맛은 까다롭고, 트렌드 변화가 격렬하다. 이곳에서 성공한 브랜드는 해외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 투자자나 파트너는 한국 시장에서 검증된 모델을 사고 싶어 한다. 언더백 본부는 이 테스트베드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새로운 메뉴나 콘셉트를 빠르게 실험하고 반영하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개선하라. 데이터를 쌓아 운영 효율성을 증명하라. 한국 시장이 가진 혹독함은 곧 가장 강력한 검증장이자 마케팅 무기가 된다.

팔거나 나갈 때도 전략적으로 움직이자
언더백 프랜차이즈가 외국 자본에 매각되는 것은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다. 무조건 매각만이 답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결국 '전략'이다. 언제 팔 것인가? 누구에게 팔 것인가? 어떤 조건으로 팔 것인가? 혹은 스스로 해외에 나가면 어떻게 나갈 것인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직영 투자, 라이선스 수출, 합작 법인 설립 등 선택지는 다양하다. 언더백 규모일수록 이 전략을 더 일찍부터 고민해야 한다. 지금 우리 시스템과 브랜드 자산을 어떻게 키워두느냐가, 나중에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졸리비는 한국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를 간파하고 그것을 자기 전략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우리 프랜차이즈 본부가 스스로 답해야 한다.

"우리 브랜드는 팔리기 위해서만 준비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직접 설계하고 나가서 시장을 만들어갈 것인가?"

천세원 ㈜외식인(FC다움) CDO / 한국프랜차이즈교육원 이사 /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 창업&프랜차이즈 컨설팅 전공 석사 졸업 / 중앙대 일반대학원 교육학과 교육공학 전공 석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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