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뒤늦은 대응과 실효성 없는 대책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티메프 피해자들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배예진 기자
10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회에서 '티메프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피해자들을 만나 사태 발생 이후 그간 지적돼 온 문제점과 대응책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참석해 부처별 입장과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지난해 폭염 속에서 검은 우산을 펼치고 집회를 열었던 피해자 다수도 참석했다. 그들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힘들다. 잊혀서는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검은우산비대위 소속 주정연 소비자 대표는 티메프사태 이후 1년간 윤석열 정부와 각 부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정연 대표는 "티메프 사태로 인한 피해 판매자, 소비자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며 "여전히 사태가 해결되지 않았고, 제도적 장치와 해결 의자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사태 발생 초부터 피해자들은 △정확한 피해규모 조사 △큐텐그룹 압수 조사 △피해자 선구제 및 후구상 방식 지원 △재발방지 제도 마련을 일관되게 요구해 왔다고 주 대표는 밝혔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정부는 총 36개의 피해자 구제안을 약속했지만, 이행률은 5.6%에 불과하다. 실효성이 부족한 대책이 63.9%에 달하고, 미이행(11.1%)과 답변 부족(19.4%)도 적지 않았다.
아울러 정부도 대응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보호 대책 관련 약속 이행도 대부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정책 사업 추진 시 플랫폼의 재무건전성 검토가 미비했고, 금융위·금감원은 미정산 채권에 대한 책임이 전가되고 있음에도 단순 상거래상의 업무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소비자 환불 관련 조정의 적극적 실행이 미흡했고, 국세청은 온라인 유통 기업의 수익거래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오프라인 기준의 관리 방식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티메프 사태 피해자로 나선 박수민씨는 정부의 대출 지원이 '보여주기식'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그는 "실질적으로 기업당 지원받은 금액은 500만원 수준이고, 이마저도 온라인 플랫폼 쿠폰 형식으로 지급돼 결국 피해 판매자들이 아닌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게 지원금이 흘러 들어가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정부를 향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피해 기업 중심의 판로지원 예산 확대 △반복 신청 가능한 긴급자금 체계 마련 △피해 기업의 주도권을 보장하는 정책 설계 △정책 투명성을 위한 소통 체계 강화를 요구했다.
피해자 강만씨는 sc제일은행의 선정산 구조의 문제점을 짚었다. 강 대표는 "판매자들이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선정산' 운영 방식을 택하지만, 사실은 매출을 담보로 대출을 하는 구조"라며 "SC제일은행은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자 판매자를 채권자로 등록해 최종적으로 판매자가 모든 피해를 떠안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채권자로 등록된 판매자들은 은행으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요구받게 되는데 시중 은행 신용대출보다 높은 6.5% 금리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이준씨는 사태 이후 회생절차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그는 "신용대출, 차량담보 대출 등 온갖 대출로 직원들 월급, 퇴직금을 지급해 어떻게든 회사를 운영했다"며 "남은 빚을 감당할 수 없어 회생신청을 하려고 했지만 변제율이 0.7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신정권 검은우산비대위 대표는 "현재 피해 기업은 11만개 이상, 피해 소비자는 30~40만명으로 추정된다"며 "난이도와 시급성에 따라 장·단기 정책을 구분하고, 지금 시점에서 충분히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은 이른 시일 내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 현장. =배예진 기자
이러한 피해자들의 문제 제기에 정부 각 부처는 향후 대책과 방향성을 제시했다.
박종배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총괄과 과장은 "새 정부와 여당에서도 근본적인 법률 예방을 마련하고 있으니 공정위도 이에 적극적으로 따를 것"이라며 "특히 지난해부터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정산 기한 단속과 분쟁조정 법률 지원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변재은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감독국 국장은 "티메프와 같이 경영지도를 준수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현장검사를 확대 실시하겠다"며 "미정산 잔액 허위 보고가 적발된 바 있으므로 이에 대해 기업 신용 평가하듯 세세하게 조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인 금융위원회 디지털금융총괄과 과장은 "신용카드와 PG사에게 원활한 협조 요청해 왔으나 실제 현장에서 피해자들에게는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향후 재발 방지와 추가 지원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김현동 중소벤처기업부 판로정책과 과장은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무건전성 검증을 확실히 하겠다"며 "또한 2.5% 수준의 정책자금 대출 금리도 기준금리를 감안해 인하를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부분 피해자는 정책금융대출금을 어렵게지원받았지만 대출금, 세금 징수로 결국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이 사태가 지속적으로 관심 받고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윤석열 정부도 이 사태를 제때 수습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계엄, 탄핵 등의 정치적 혼란으로 피해가 더 커지기도 했다"며 "다시는 이런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