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서 주식 투자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이 해당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젊은 투자자층을 중심으로 한 주식 투자 열풍이 동남아시아와 인도 금융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법인 확대와 플랫폼 전략을 앞세워 현지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된 해외점포 10곳 중 7곳이 인도와 동남아 지역에 설립됐다. 이로 인해 이들 지역에 전체 해외점포의 47.5%가 집중됐다. 국내 증권사들이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와 동남아 진출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베트남에서는 올해 상반기 기준 증권 계좌 수가 930만개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말 794만개 대비 약 17% 증가한 수치다. 인구 대비 계좌 보유율도 같은 기간 7.6%에서 약 9%로 상승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투자자 수가 빠르게 늘며, 지난 5월 기준 7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1월 말 638만명에서 약 10% 증가한 것이다.
태국과 필리핀도 주식시장 참여가 활발하다. 지난해 말 기준 태국의 증권 계좌 수는 전년 대비 18%, 필리핀은 50.1% 증가했다.
인도 역시 리테일 투자 열풍이 거세다.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에 따르면 올해 기준 주식 투자자 수는 1억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지난해 말 약 8700만명 대비 약 15% 증가한 수준이다.
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서 주식 인구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모바일 기반 트레이딩 플랫폼의 확산과 중산층 확대, 디지털 브로커리지를 통한 금융 접근성 개선 등이 꼽힌다. 저금리 환경 속에서 자산 증식 수단으로 주식 투자가 주목받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각국에 맞춘 전략을 전개하며 현지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대외 신인도가 높은 이머징 법인을 중심으로 IT 전환과 디지털 플랫폼 확장 전략을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온라인 브로커리지 기반 리테일 부문에서 이미 시장 점유율 상위권에 올라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상품 라인업 및 마케팅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각각 증권사·자산운용사를 운영하며 브로커리지, 투자은행(IB), 자산관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CW·ETF 시장 선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KOINS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중개 기반을 구축하며 현지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KB증권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핵심 이머징 시장으로 설정하고, 현지법인의 고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본사와 KB금융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 리테일 비즈니스 업그레이드와 신규 사업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베트남에서는 자체 주문 매체(KB Buddy WTS·MTS)를 통해 고객 편의성과 기능을 강화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부터 DCM·ECM·크로스보더 M&A 등 IB 사업을 본격화했다. 특히 현지 전략적 투자자와의 연계를 통해 한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수익원 다변화의 기반도 마련했다.
이외에도 하나증권 역시 해외지점을 2곳 신설했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은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현지 증권사인 칩타다나증권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칩타다나자산운용사 인수를 완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 등도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해외 진출을 유도하고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증권사의 해외점포 수익 비중은 4.1%에 불과하다. 정부는 해외 자회사의 현금성 이익잉여금을 3개월 유동성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산출 시 유동자산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한 해외 현지법인이 투자적격등급(BBB- 이상) 국가 대표지수에 편입된 주식에 투자하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개별 위험값을 12%에서 8%로 인하할 방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들의 금융 규제 완화와 한국 금융당국 지원 정책이 맞물리면서 국내 증권사의 동남아 진출이 예전보다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일부 증권사는 이미 초기 진입 성과를 보이며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