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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인매장인데, 키오스크 오류 240건 '무인애견용품점 vs 한주정보통신'

"가맹본부 몰래 개별 점주와 재계약 시도…손해 산정 후 배상 청구 준비 중"

김주환 기자 | kjh2@newsprime.co.kr | 2025.06.27 11:48:12
[프라임경제] 무인 매장에서의 키오스크는 매출에서 절대적이다. 종업원이 없기 때문에 고객의 물건 구매부터 결제까지 모든 것을 책임진다. 그런데 이런 키오스크가 먹통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펫그라운드(견생냥품)가 운영하는 직영 무인매장. ⓒ 펫그라운드


무인 반려동물용품 매장 견생냥품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펫그라운드 가맹본부가 이런 고충을 겪고 있다. 키오스크 장비 공급사인 한주정보통신(이하 한주)과의 갈등이다. 장비의 반복되는 시스템 오류와 한주의 무책임한 대응, 최근에는 계약이 만료된 가맹점을 상대로 본사 모르게 재계약을 유도한 정황까지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잦은 키오스크 오류, 책임은? "점주"

견생냥품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펫그라운드는 지난 2021년 한주와 키오스크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시에는 '넷포스' 솔루션을 도입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제로페이·애플페이 등 주요 간편 결제 기능이 지원되지 않았다. 사실상 전자 결제가 불가능했던 거다.

2022년도 중반부터 대부분의 키오스크는 이미 간편결제를 지원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펫그라운드는 기능 개발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주는 개발까지 1년에서 1년 반이 소요된다는 답변을 내놨다. 결국 한주 측의 추천으로 2023년 5월부터 '이지포스'로 전환했다.

하지만 시스템 전환 이후 오류는 오히려 증가했다. 5월 전환 이후부터 12월 말까지 누적된 오류 접수 건수는 170건을 넘었다. 전체 80개 가맹점 중 약 20곳에서만 기기 변경을 시도했음에도 오류가 속출했다. 이에 펫그라운드 가맹본부는 전환 작업 중단을 요청했다.

그런데도 한주는 펫그라운드의 제지 전까지 전환 작업을 강행했다. 이후 화면 멈춤·결제 불능·시스템 먹통 등으로 인해 매장 영업이 중단되는 사고도 이어졌다. 누적 오류 건수는 지난해 7월까지 약 240건에 달한다.

이로 인한 펫그라운드의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오류에 따른 신속한 대응이 뒤따르지 못하면서 폐업 매장도 등장했다. 또 키오스크 오류로 매장 영업시간이 줄어들면서 가맹점의 불만 민원도 많아졌다. 프로그램 불안정성 탓에 창업박람회 참여도 포기해야 했다. 여기에 중간 조율자로 직원을 채용하면서 2년간 약 6000만원의 인건비도 추가 투입됐다.

하지만 한주 측의 보상은 거의 없었다. 펫그라운드 측은 "수십 차례 보상 요청을 했음에도 한주는 묵묵부답이었다"며 "이미 170건이 넘는 오류가 발생한 뒤에서야, 단 한 차례 요금 감면을 진행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나마도 기준은 '오류 2회 발생 시 1개월, 3회 이상 시 2개월 요금 감면'이라는 제한적 내용에 그쳤다. 이에 펫그라운드 측은 "가맹점의 매출 손실이나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한주 측의 책임 회피도 펫그라운드와의 갈등을 부추겼다. 펫그라운드 관계자는 "한주 측에 솔루션 오류나 로그 기록 요청, 개발 관련 피드백 등을 전달해도 솔루션사인 이지포스(KICC) 측 문제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펫그라운드 가맹본부는 한주와 직접 계약을 맺은 당사자로 이지포스와는 아무런 계약 관계가 없다. 이 때문에 문제의 책임을 제3자인 이지포스에 전가하는 한주의 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규 오픈한 가맹점에 새 제품 설치를 요청했으나 중고 기기가 세팅된 모습. ⓒ 펫그라운드


장비 품질 관련해서도 논란이 발생했다. 지난해 4월 신규 오픈한 가맹점에 중고 기기가 매장에 세팅된 것이 확인됐다. 새 제품 설치로 알고 있던 펫그라운드 측 담당자는 직접 중고 기기를 확인 후 교체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한주는 "불량으로 판정된 새 제품을 제조사에서 수리한 후 설치한 것"이라며 사과했다. 하지만 펫그라운드 가맹본부는 "신규 매장에 수리 이력이 있는 기기를 세팅한 것 자체가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한주, 본사 몰래 가맹점주와 개별 계약 시도

펫그라운드와 한주의 갈등에 불을 지핀 사건은 올해 초 또 발생했다. 한주가 펫그라운드 일부 가맹점을 상대로 본사 모르게 재계약을 시도한 점이 드러난 것. 키오스크는 각 매장에 설치되는 특성상, 공급사와 가맹점이 직접 계약을 맺는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계약을 맺은 펫그라운드 가맹점은 전국 100여군데다. 이중 폐업한 매장을 제외하고 올해 계약이 만료된 매장은 20여군데. 현재 한주와 계약을 유지 중인 매장은 약 60여곳이다. 

펫그라운드 가맹본부는 최근 계약 만료 가맹점에 한해, 한주와 재계약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전달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한주 측이 일부 가맹점에 유선 연락을 취해 '본사와 협의됐다'며 전자서명 방식 재계약을 유도한 사례가 드러났다. 

펫그라운드 측은 "해당 가맹점주가 직접 본사에 연락해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으로 법률 자문을 통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주는 "직원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직원이 잘 모르고 행동한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펫그라운드 가맹본부는 "재계약 진행을 직원의 단독 결정과 행동으로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주의 책임 회피에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가맹본부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펫그라운드 측은 현재 계약 중인 60여개 가맹점에 대해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주 측에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또한 누적된 인적·물적 피해에 대한 보상도 요구할 예정이다. 

한주정보통신은 1994년 설립된 기업이다. 주요 고객으로는 △롯데리아 △맥도날드 △서가앤쿡 등이 있다. 카드단말기·키오스크·포스기·테이블오더 등을 설치한다. 

이번 사안은 한주가 외부에 강조해 온 기업 철학과에도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다. 한주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뢰받는 기업' '앞선 서비스 제공' 등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무인 매장이라는 특수성과 가맹점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안일한 대응, 가맹본부 승인 없이 진행된 개별 계약 시도 등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번 논란에 대해 강송욱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공급업체가 계약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면, 본사는 계약 해지 시 위약금을 부담하지 않아도 될 여지가 있다"며 "하자 보수 반복·오류 대응 미비가 지속될 경우, 정당한 해지 사유로 판단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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