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노년층에서 보행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단순한 노화 징후가 아니라 치매의 조기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호주 공동 연구진은 최근 보행 속도와 인지 기능 간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장기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가능성을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약 1만7000명의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진행된 'ASPREE'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의 보행 속도와 기억력 저하 정도를 2년 주기로 추적했고 이 중 보행 속도와 기억력 모두에서 '동반 저하(dual decline)'가 나타난 경우 치매 발병 확률이 단일 저하군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고 분석했다.
주목되는 점은 보행 속도 자체가 독립적인 조기 진단 지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기억력 문제를 자각하지 못한 경우에도 걷는 속도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면 뇌 기능 저하가 이미 시작됐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학계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일상 속에서 쉽게 실시할 수 있는 '4미터 걷기 테스트'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4미터의 거리를 평소처럼 걸었을 때 걸리는 시간을 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4초 이상 소요되면 보행 속도 저하, 5초 이상이면 인지 저하 위험군으로 간주할 수 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보행은 단순한 신체 활동이 아니라, 뇌의 운동 조절, 균형, 판단 기능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고차원적 움직임"이라며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뇌 건강의 이상을 알리는 첫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와 여러 관련 논문에서는 정상적인 보행 속도 기준을 약 1.0~1.2m/s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0.8m/s 이하, 즉 4미터 거리를 걷는데 5초 이상 걸리는 경우는 인지장애나 낙상 위험, 사망률 증가 등과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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