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통합을 포함한 구조조정 논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HD현대(267250)와 롯데케미칼(011170)이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NCC 통폐합을 논의 중인 점이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은 대산 지역 내 NCC 설비를 통폐합하는 내용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양사는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 롯데케미칼이 지분 40%를 보유한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통해 연간 85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를 운영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대산에서 별도 NCC를 통해 연간 11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NCC는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를 고온에서 열분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다.

HD현대케미칼 공장 전경. ⓒ HD현대오일뱅크
통폐합은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설비를 HD현대케미칼에 넘기고, HD현대가 현금 또는 현물을 추가 출자하는 방식이 유력 거론된다. 양사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논의가 이어지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업계 내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는 여려 차례 알려졌으나,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사는 통폐합을 통해 인건비와 시설 관리비 등을 절감하고, 원재료 구매 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여수 △대산 △울산 석유화학단지 3곳에 입주한 NCC 설비는 총 10개다. 이들 중 상당수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NCC 설비를 절반 이하로 줄여야 공급 과잉 상태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설비 증설이 이어지고 있고, 2027년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완공도 앞두고 있어 공급 과잉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 차원의 지원책 부재다. 정부는 작년 말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으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영향으로 정책 수립을 미룬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상반기 중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던 지원책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때문에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석유화학 특별법 제정과 함께 여수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전남도 동부권을 친환경 스페셜티 화학 산업 거점으로 개편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서다.
이 외에 구조조정과는 별개로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페셜티 육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 또한 연구개발(R&D)에 설비투자 비용이 대거 투입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