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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경기부양 과도 의존은 더 큰 부작용 초래…새 정부 정치적 리더십 발휘해야"

창립 제75주년 기념사…"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적 기반 마련할 것"

박대연 기자 | pdy@newsprime.co.kr | 2025.06.12 13:36:47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창립 제75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한국은행


[프라임경제] "경기 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시급한 것은 분명하지만, 급하다고 부양에만 의존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이같이 밝히며, 구조개혁과 정치적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새로 출범한 정부가 구조개혁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재는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매우 엄중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한은이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8%로,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면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는 "불과 3개월 만에 전망치를 0.7%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부연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은은 지난해 10월 이후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경기 대응에 나섰다. 이 총재는 "현재로서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금리를 과도하게 내릴 경우 수도권 부동산 과열, 가계대출 급증, 환율 불안 등 2차 충격이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3월 이후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는 "부동산 과잉투자를 용인해온 과거의 경기부양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안정됐지만, 미국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나 무역 협상 변수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념사에서는 한은이 제시해온 구조개혁 방안들도 재차 언급됐다. 수도권 집중과 입시 경쟁 문제 해소를 위한 거점도시 육성, 지역별 비례선발제, 고령층 고용 지속, 돌봄 서비스 확대, 지식서비스 산업 육성 등이다. 

새 정부에 대해서는 구조개혁 우선시하고, 리더십을 발휘해 이해 관계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충분한 조율과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좋은 정책이라도 이해집단의 저항에 부딪쳐 좌초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리더십을 갖추 정책을 추진하길 당부했다.

그는 또 선진국 사례를 소개하며 "유럽의 경우 성장 정체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한다"면서 "유럽이 구조개혁 진전이 더딘 것은 국가 간 이해 관계를 조정할 정치적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구조개혁과 함께 미래 도전 과제로는 디지털 혁신과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그 일환으로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과 '프로젝트 아고라'를 통해 미래 디지털 화폐와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도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핀테크 산업의 혁신에 기여하면서도 법정화폐의 대체 기능이 있는 만큼, 안정성과 유용성을 갖추는 동시에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조직문화 개선도 함께 강조했다. 그는 "위에서 내려온 과제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 한은의 변화를 주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개선하려면 변해야 하고, 완벽해지려면 자주 변해야 한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인용하면서 "여전히 '총재님 말씀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직원이 많지 않다"며 "더 많은 변화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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