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저가 생활용품 시장을 둘러싼 일본과 중국 유통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본 다이소는 프리미엄 브랜드 '쓰리피(THREEPPY)'를 앞세워 한국 시장 재진입의 발판을 마련했고, 중국의 생활용품 브랜드인 미니소(MINISO)와 요요소(YOYOSO)도 주요 상권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 격전지로 부상한 한국 시장에서, 다이소를 비롯한 국내 브랜드들이 본격적인 방어전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다이소는 6년 만에 'THREEPPY(쓰리피)' 상표 등록을 마치며 한국 시장 재진입에 나섰다.
쓰리피는 감성 소비에 익숙한 2040 여성층을 타깃으로 한다. '300엔 숍'이라는 콘셉트로 인테리어, 패션잡화, 주방·욕실 소품 등 디자인을 강화한 제품들을 판매한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 이어, 한국 특허청에 상표를 정식 등록하며 국내 유통 진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미 대만과 싱가포르에 매장을 냈다.

일본 다이소는 6년 만에 'THREEPPY(쓰리피)' 상표 등록을 마치며 한국 시장 재진입에 나섰다. © 다이소 홈페이지 캡처
일본 다이소의 국내 상표 등록은 2019년 한 차례 거절당했다. 당시 일본 다이소는 'DAISO' 상표를 출원했지만 특허청은 "아성다이소의 상표와 호칭이 동일해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거나 식별력 등을 손상할 염려가 있다"고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다이소'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을 시도했지만 거절당했던 일본 다이소는 '쓰리피' 우회 전략을 통해 다시 한국 문을 두드리는 셈이다.
중국계 브랜드들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2016년 한국에 첫발을 디딘 미니소는 한때 70여 개 매장을 운영했지만 '짝퉁 다이소' 논란과 매출 부진으로 2021년 철수했다. 이후 글로벌 캐릭터 IP와 협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2023년 재진출에 나섰다.
미니소는 중국 광둥성에서 창업한 브랜드로 일본의 200엔숍을 벤치마킹해 일본식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했다. 1000원~1만원 미만의 합리적인 가격대에 세련된 디자인과 실용성을 앞세워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매장 수는 7400개(중국 4300여 개, 해외 3200여 개)를 넘어섰다.
서울 대학로와 홍대에 이어, 최근에는 하루 유동 인구가 60만 명에 달하는 강남대로에 대형 매장을 준비 중이다. 디자인 중심의 저가 제품과 IP 굿즈를 결합한 새로운 전략이 눈에 띈다.
같은 중국계 브랜드인 요요소 역시 국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요요소는 중국의 대형 잡화 브랜드로, 중국을 비롯해 미국‧캐나다‧뉴질랜드‧프랑스 등 전 세계 80개 국가에 300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북 군산 신역세권에 입점이 예정되어 있으며, 생활용품과 뷰티 제품, 자체 PB 상품을 앞세운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의 다이소와 유사해 직접 경쟁 가능성이 높다.

오픈을 앞두고 있는 미니소 강남점. = 추민선 기자
이처럼 일본과 중국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장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속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가성비 민감도'는 아시아권에서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SNS 중심의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는 특징이 있다. 특히 2030 여성층은 가격 대비 디자인·퀄리티를 중시하는 소비 양태를 보이고 있어, 일본·중국 브랜드들이 '감성형 저가 전략'을 실험하기에 이상적인 무대라는 평가다.
또한 한국은 동아시아 시장 진출의 테스트베드로 여겨진다. 성공적인 안착은 향후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등지로 확장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레퍼런스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니소와 요요소가 국내 핵심 상권에 공을 들이는 것도, 브랜드 인지도 확산의 '최단 코스'로 한국을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건은 차별화다.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3조9689억원의 매출과 37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고, 뷰티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144%나 뛰었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 뷰티 브랜드의 입점이 가속화되면서 다이소에 입점한 뷰티 브랜드 수도 2023년 말 26개에서 2024년 말 60여개로 늘었다. 뷰티 제품은 대표적인 고마진 품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 미니소, 요요소를 비롯해 일본의 다이소까지 국내에 들어오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비슷한 제품군의 저가 유통시장에서 단순히 누가 더 싸게 파느냐가 아닌 누가 더 매력적으로 팔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