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동안 침체기에 빠져 있던 면세업계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 개선 기대감 속에 단체 관광객 대상 비자 면제 추진, 환율 변화 등 긍정적 신호가 포착되며 업계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현재 고강도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 시내면세점 철수, 비수익 사업 정리 등 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롯데면세점은 올해 초 중국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며 실적 구조 전환에 나섰다. 다이궁은 과거 면세점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수수료 부담이 크고 B2B 위주의 왜곡된 소비 구조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실용 외교'를 강조하며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공약한 점은 면세업계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정부는 오는 3분기 중국 단체 관광객 대상 한시적 비자 면제를 추진 중이며, 이와 맞물려 10월 중추절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같은 대형 관광 수요가 예상되는 이벤트도 예정돼 있어 업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통상 단체 관광객은 개인 관광보다 소비 규모가 큰 점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관광객은 국내 면세업의 핵심 고객층이다. 업계는 전체 매출 중 약 70% 이상이 중국인 소비자에 의존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6년 국내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약 807만 명에 달했지만, 사드 사태와 코로나19를 거치며 지난해에는 460만 명 수준에 그쳤다. 이에 업계는 단체 관광객 입국 재개가 업황 회복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환율 역시 기대 요인이다. 위안화-원 환율이 오르면 중국 관광객 입장에선 그만큼 쓸 수 있는 돈이 많아지기에 한국 여행 증가 요인이 된다. 올해 들어 위안화-원 환율은 190~200원대를 오가고 있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 수가 가장 적었던 2021년의 평균 위안화 환율이 177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4년 동안 20원 이상 올랐다.
다만, 기대감만으로 업황 반등을 점치기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중국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가 전통 면세점에서 올리브영, 다이소 등 로컬 로드숍으로 이동한 데다, 온라인 직구의 급성장으로 면세점의 입지는 과거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중국 내수 경기의 둔화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내 면세점 구역. © 연합뉴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만큼 매출이 동반 상승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롯데면세점은 매출을 좌우하던 다이궁과 손절을 택한 뒤 오랜 적자에서 탈피했다. 실제로, 올해 1·4분기 매출은 6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53억원으로 2023년 2·4분기 이후 약 2년만에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이궁은 구매액의 30~40%를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이궁과 기업간거래(B2B) 방식을 끊으면서 막대한 수수료가 고스란히 영업이익에 반영된 것이다.
현대면세점이 동대문점을 철수하는 것도 다이궁 거래 축소과 연결된다. 동대문점은 개별 관광객 보다는 사실상 다이궁 중심으로 운영되던 매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면세점의 시내면세점 적자 중 절반 가량은 동대문점에서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신세계와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조정을 법원에 신청하며 비용 부담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2023년부터 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한 임대료 산출 방식을 도입했지만, 면세점 방문객 수는 공항 전체 여객 수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현행 임대료 체계가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면세업계는 현재를 '바닥 다지기'의 시기로 보고 있다. 외형 성장보다 수익 기반을 다지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가 매출로 직결되진 않겠지만, 객단가 높은 단체 관광객 유입과 면세점 자체 경쟁력 회복이 병행된다면 반등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정책과 외교 기조에 따라 업계 분위기는 가시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