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을 한 만 29세 이하 청년 13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최초 채무 발생 원인으로 생활비 마련이 70%를 차지했다. ⓒ 언스플래시
[프라임경제] 생활비를 마련하다 빚을 지게 된 청년들이 채무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개인회생 절차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당수가 고금리와 소득 공백 속에서 '대출 돌려막기'를 반복했고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비율도 30%를 넘는 등 정서적 고립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복지재단 내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는 지난해 개인 회생을 신청한 만 29세 이하 청년 중 '청년재무길잡이'를 이수한 13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청년재무길잡이는 수입 지출 관리, 회생 절차 안내, 인가 후 변제 완주 방법 등을 제공해 개인 회생 중도 탈락을 예방하고 재도약을 지원하는 제도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는 처음 채무를 지게 된 원인으로 '생활비 마련'을 꼽았다. 이어 주거비(29%), 과소비(27%), 가족 지원(17%), 사기 피해(1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족 지원' 항목은 올해 17%로 전년 3% 대비 5배 이상 증가해 청년 부채가 가족 단위 부담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청년들의 총 채무액은 △4000만6000만원 미만(31%) △6000만8000만원 미만(22%) △4000만원 미만(19%) △1억원 이상(15%) △8000만~1억원 미만(13%) 순으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84%는 부채 상환을 위해 '대출 돌려막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상환 불능 상태로 이어진 주된 이유로는 △다른 부채 변제(65%) △높은 이자(38%) △실직·이직 등으로 인한 소득 공백(31%)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개인회생을 위한 평균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은 251만원으로 조사됐다. 비용 조달 수단은 본인 자금(60%) 외에도 할부금융(17%), 가족·지인 차입(11%) 등이 포함돼 또 다른 부채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도 확인됐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우려가 컸다. 전체 응답자의 93%가 최근 1년 내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34%는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없다'고 답한 비율도 63%에 달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청년층의 금융·심리 복합 위기에 대응하고자, 금융복지상담관 9명을 배치한 '청년동행센터'를 운영 중이다. 센터는 상담과 교육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며, 만 39세 이하 청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정은정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개인회생을 진행 중인 청년들은 대부분 가족의 지원이나 안정적인 일자리, 복지 혜택 등 사회적인 안전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센터는 이러한 청년들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재기해 건강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복지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