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한 후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송파구의 잠실 장미아파트와 주공5단지에서 신고가가 집중됐고, 잠실주공5단지 82.6㎡가 처음으로 40억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당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새내역 모습.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오는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본격 시행되면서,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7월1일부터 은행과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기타대출 등 모든 대출 상품에 '스트레스 DSR'이 적용된다. 차주의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을 산정할 때, 실제 금리에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추가로 반영해 대출 한도를 보다 엄격하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향후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제동을 걸기 위한 수단으로도 해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3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새 규제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기존보다 강화된 1.5%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며, 이는 현재 1.2%포인트보다 상향된 수치다.
혼합형 및 주기형 대출 상품에 대한 규제 강도도 높아진다. 금리 고정 기간이 5년인 혼합형 대출은 스트레스 금리 적용 비율이 기존 60%에서 80%로, 변동주기형 대출은 30%에서 40%로 각각 상향 조정된다.
반면 고정금리 기간이 길수록 적용 비율은 낮아지며, 21년 이상 고정금리를 선택할 경우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역은 미분양 누적과 경기 둔화를 감안해 현재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향후 6개월간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수도권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경우 지역 간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결정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거래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규제 시행 전 주택을 매입하려는 '선소비' 현상이 일부 지역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의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짐에 따라 하반기에는 거래 감소가 본격화될 수 있다"며 "이미 일부 수요는 규제 시행 전에 집을 사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가격 상승 기대심리도 이러한 선매수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지난해 11월(10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수도권 외 지역은 투자 수요 자체가 적고, 스트레스 금리 인상 폭도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규제 이전에 수요가 몰리면서, 하반기에는 오히려 시장이 한층 더 둔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세종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방은 여전히 수요 부진과 미분양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번 조치는 그저 추가적인 시장 위축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거래량은 다소 줄겠지만, 주택 가격 자체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 기대감이 규제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함 리서치랩장은 "서울 아파트 시장은 매물 감소와 분양 지연, 임대료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가격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해,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서울 강남 3구, 용산, 마포, 성동 등 핵심 지역은 이미 자산 여력이 충분한 계층 중심의 '똘똘한 한 채' 시장으로 재편됐다"며 "이들 지역 고가 아파트의 80%가 대출 없이 거래되고 있어, 이번 규제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서 밀려날 우려가 있다"며 "이들을 위한 우대 가산금리 조정 등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대출 규제 강화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린 '시소게임' 양상 속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기에 더해 주택 공급 부족 우려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 여부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