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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형 커진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 근본은 어디로

 

박대연 기자 | pdy@newsprime.co.kr | 2025.05.21 17:13:57
[프라임경제]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가 지난해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카카오뱅크는 4401억원, 케이뱅크는 1281억원, 토스뱅크는 4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면에서 시중은행 못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들의 출범 명분이었던 '금융소외계층 포용'과 '혁신금융 실현'은 이제 수익성이라는 단어 뒤에 가려진 듯하다. 애초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확대와 비대면 기반의 혁신을 목표로 한 인뱅은 정부로부터 법·제도 특례까지 부여받으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30%라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방식은 논란의 여지를 낳았다. 일부 인터넷은행은 중신용자에게 과도하게 낮은 금리를 적용해 대출을 몰아주는 식으로 수치를 맞췄다. 이 과정에서 고신용자보다 낮은 금리를 받는 '금리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표면상으론 포용금융이지만 실제로는 리스크를 반영하지 못한 왜곡된 구조다. 금융의 기본은 '위험이 클수록 금리도 높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은행의 수익성은 줄고 손실 가능성은 커진다. 반복될 경우 자본 건전성 악화와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명분보다 수치를 앞세운 전략은 외형 확장에서도 드러난다. 인뱅 3사는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한 데 이어 최근엔 자영업자 대상 기업대출까지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둔화와 다중채무자 증가 속에 연체율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토스뱅크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3%를 넘어섰고 케이뱅크·카카오뱅크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1년 새 5배 가까이 늘었다.

물론 인뱅의 흑자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혁신 없이 기존 은행과 유사한 구조를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도 남는다. 

포용·혁신을 내세웠던 이들이 결국 전통 은행과 다를 바 없는 '고금리 대출·저금리 예금' 전략에 안착한 모습이다. 디지털 플랫폼과 기술 역량을 갖췄음에도 이를 소비자 편익보다는 수익 극대화에 우선 활용한 셈이다.

예금금리도 차별성이 크지 않다. 카카오·케이뱅크는 2.9%, 토스뱅크는 2.7%로, 오히려 우리은행(2.95%)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점 없는 구조의 이익을 고객에게 돌리겠다'던 초심은 사라지고, 예대마진 중심 수익모델만 남았다.

금융당국은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검토 중이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보다 더 필요한 것은 기존 인뱅 3사의 '초심 회복'이다. 혁신 없이 실적만 내세운다면 인뱅은 결국 '또 다른 시중은행'으로 퇴색할 뿐이다.

수익만 좇다 보니, 왜 만들어졌는지는 뒷전이 됐다. 지금의 인뱅은 '포용'과 '혁신'이 아닌 실적에 몰두한 '본말전도(本末顚倒)' 그 자체다.

포용은 수익의 반대말이 아니다. 겉으로는 성장했지만, 설립 취지를 돌아보려는 노력이 없다면 인뱅은 결국 '정책 실패의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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