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15일 금융권 성과보수체계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 박진우 기자
[프라임경제]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성과보수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을 예고했다. 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손실에도 불구, 임직원에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15일 여의도 소재 본원에서 '전금융권 성과보수체계 등' 현안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현재 주주총회에서는 이사 보수의 총액만을 한도로 의결하고, 개별 이사에 대한 보상 배분은 이사회가 맡고 있다"며 "이사들이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의 성과보수 관련 제재 내역 등을 토대로 중점 점검 기본 방향을 수립해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먼저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성과보수 관련 주주통제 미흡과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의 형식적인 운영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주주총회는 이사보수 총액의 한도만을 결의한다. 개인 이사에 대한 지급액은 이사회 산하 보수위원회가 결정한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이사들이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상충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보수위원회의 안건에 대한 찬성률이 98%에 달하는 점 등을 보아 전반적인 통제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봤다.
금융회사들은 이연성과보수 제도의 운영 역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지배구조법 시행령은 성과보수의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해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단기 성과 위주의 영업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고, 성과의 건전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금감원 검사 결과, 일부 증권사에서는 성과급을 전액 즉시 지급하거나 이연 비율과 기간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부분 금융회사가 법에서 정한 최소 이연기간(3년)을 획일적으로 적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성과 보상은 실제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연 기간과 비율을 결정해야 하지만, 법에서 정한 최저 기한을 그냥 적용해 (성과급을) 제공하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상 성과가 실현되는 데 3년 이상인 투자도 많은데, 제대로 보상 체계 심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일부 금융회사는 이연 기간 중 투자 등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성과보수에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성과급 이연 기간 중 담당 업무와 관련해 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는 손실 규모를 반영해 재산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권 성과보수 환수액은 9000만원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성과평과 지표 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금융회사가 수익성 관련 지표에 높은 배점을 부여하고, 건전성·소비자 보호 지표는 상대적으로 낮게 반영해 과도한 위험추구를 유도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등 단기적인 실적 증대를 도모할 가능성이 큰 업무에 대해 성과보수 체계가 적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성과보수를 조정·환수할 수 있는 절차가 내규상 명확히 규정돼 있는지도 점검한다.
특히 손실 등이 발생했음에도 과도한 성과급이 지급된 경우, 이사회와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은 "단기 성과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면,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성과보수 체계를 저희가 점검해 가면서 위반사항에 대해 제재 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