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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다 저가 입찰 구조' 컨택센터 BPO "상생 없인 모두 공멸"

기술 점수 1위 기업 탈락…낙찰 좌우하는 '가격 우선주의'에 업계 반발 확산

김우람 기자 | kwr@newsprime.co.kr | 2025.05.08 11:15:06

컨택센터 상담사들이 근무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 최근 정부 산하 A홈쇼핑의 고객센터(컨택센터) 운영권 입찰 제안 과정에서 기술보다 가격에 비중을 더 두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술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은 탈락하고,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한 기업이 수주에 성공했다. 여기에는 A홈쇼핑이 가격 점수 비중을 기존보다 3배 높게 책정하면서 예측됐다는게 업계의 목소리다. 이에 저가 수주를 조장하는 입찰제안서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 홈쇼핑의 이번 업체 선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업의 신용도, KS 인증 보유 여부, TV 홈쇼핑 및 공공기관 위탁 운영 경험, 생산성 관리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술 점수'가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입찰 결과는 가격 비중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해당 입찰은 '최저가 낙찰제'가 아닌 '일반경쟁입찰(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단순히 가격만 보는 방식이 아닌, 가격 + 정량 + 정성 평가를 종합해 협상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 입찰에서는 기술:가격 비율이 기존 90:10에서 70:30으로 조정되면서 가격의 비중이 커졌고, 결국 낮은 가격만 제시하면 낙찰이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겼다.

공공기관의 일반적인 입찰 구조에서는 가격 비중이 20%를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A 홈쇼핑은 이를 30%까지 높였고, 업계는 이 같은 조정이 무리한 입찰 경쟁을 유도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는 향후 3년 동안 가격 비중이 지금과 같이 유지된다면, 이보다 더 낮은 비용이 요구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공정성을 위해 나라장터에 입찰 제안을 공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상황이 악화돼 불가피하게 평가 기준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전혀근거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불합리한 입찰 구조는 A 홈쇼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당일배송으로 유명한 C사는 '역경매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기준 가격을 제시한 뒤 운영사들이 더 낮은 가격을 써내면 높은 평가를 받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는 구조다.

사용 기업들의 저비용 추구는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배달플랫폼 C사는 가격 비중에 60%를 뒀다. 보일러 제조 기업은 가격 비중에 40%를 두는 등 저비용 운영을 추구해오는 모습이다. 제안 기업들도 경기 악화로 저비용을 추구하지만, 컨택센터 현장 근로자들에게는 악재라는 평가다. 

낮은 비용 운영이 지속될 경우 상담사 처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 임금은 지급되더라도, 복지나 근무 환경 등의 측면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업계는 △상담사 임금 인상 △복지 향상 △근무환경 개선 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저가 수주가 계속된다면 이러한 노력들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이 점차 도입되고 있지만, 고난이도 업무는 여전히 상담사의 역할이 크다"며 "입찰 구조가 개선돼야 고객사와 운영사 모두가 상생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더 나은 고객 만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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