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롯데그룹이 1년 만에 재계 순위 5위를 탈환했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롯데(동일인 신동빈)는 지난해 6위에서 올해 5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이로써 롯데는 2010년부터 2023년까지 굳건히 지켜왔던 재계 5위 자리를 1년 만에 되찾았다.
지난해 롯데는 포스코의 자산 증가로 13년 만에 6위로 밀려났으나, 당시 양 그룹 간 자산 총액 차이는 약 3조원에 불과해 순위 변동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롯데는 토지자산재평가 등을 실시했고, 자산이 종전 129조8290억원에서 올해 143조3160억원으로 10.4% 확대됐다.
앞서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롯데쇼핑(023530)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보유 중인 토지 자산 약 7조6000억원에 대해 재평가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지난 2월 기준 토지 관련 자산만 9조4665억원 증가했다.
롯데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3년간 재계 5위를 유지했지만 2023년 화학·유통 부문의 실적 부진과 오프라인 유통시장 침체로 포스코에 5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롯데는 전방위적 구조조정과 비핵심자산 매각에 나서며 반등에 속도를 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지난 3월 일본 레조낙 지분 4.9%를 2750억원에, 2월에는 파키스탄 법인을 979억원에 각각 매각했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은 롯데렌탈 지분 56.2%를 처분해 약 1조5800억원을 확보했다. 이외 롯데웰푸드(280360) 증평공장, 코리아세븐 ATM 사업, 롯데호텔 L7 강남 바이 롯데 등의 매각이 진행되며 재무구조 개선이 가속화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고정비가 큰 해외 점포 중 하나인 괌 공항점의 철수를 검토하고 있고, 서울 명동의 오프라인 쇼룸 '나우인명동' 운영도 종료했다.
여기에 롯데월드타워점과 부산점의 매장을 축소하는 등 규모 대신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밖에도 유통 계열사 간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 롯데마트·슈퍼를 활용해 세븐일레븐의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이커머스 롯데온도 오픈마켓 의존도를 낮추고 계열사 상품 중심으로 전략을 다시 짰다.
또한 롯데그룹은 업무 및 전문성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직무급제' 도입을 중심으로 한 인사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유동성 위기 속에서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를 구축하고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롯데는 직무 전문성 강화를 통한 혁신적 성과 창출 및 신성장 동력 확보 위해 일부 계열사에 대해 '직무 기반 HR' 인사제도를 순차적으로 도입 중이다.
직무급제가 도입되면 직무의 중요도와 성과 평가에 따라 개인이 받는 임금이 달라진다.
직무는 업무 중요성과 대체 가능성, 업무 강도 등을 고려해 40여개로 세분된다. 업무의 난이도와 중요도에 따라 레벨 1~5로 등급이 나뉘며 등급별로 기본급이 달라진다. R&D와 마케팅 등 전문성이 높고 성과와 직결되는 분야가 상대적으로 높은 등급을 받을 전망이다. 직무 등급은 각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일반 생산직은 제외된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홍기획, 롯데이노베이트가 각 상황에 따라 직무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롯데백화점과 롯데웰푸드 등의 계열사가 추가로 도입을 추진한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직무 가치와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차별적 보상을 통해 업무 생산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월 열린 '2025 상반기 롯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지금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적 원인은 외부 환경이 아닌 우리 핵심사업 경쟁력 저하"라면서 "당장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직무급제 도입과 같은 조직 운영 방식의 변화는 단기 실적을 넘어서 중장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직무급제) 제도적 변화가 얼마나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