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SK텔레콤(017670)의 해킹 사고 여파가 확산되면서 소비자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더해 유심(USIM) 교체 작업마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

지난 28일 서울 시내 한 SKT T월드 매장 앞에 유심 재고 소진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 연합뉴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날(28일)부터 가입자 약 2500만명을 대상으로 무료 유심 교체를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대리점에서는 유심 재고 부족 등으로 교체를 희망한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 속출했다.
전날 서울 여의도 한 T월드 대리점을 찾은 A씨(34)는 "해킹 소식을 듣고 불안한 마음에 아침 일찍 방문했지만, '유심 재고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언제 다시 오면 되는지조차 안내 받지 못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온라인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도 마비됐다. 시스템 개통 직후인 오전은 물론 오후까지도 이용자가 몰리면서 한때 가입 대기시간이 3시간 35분을 기록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인증번호 전송도 원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유심 교체 예약을 위해서는 본인 인증을 거쳐 희망 매장을 선택해야 하는데, 인증번호 문자가 오지 않아 수차례 재전송한 뒤에서야 겨우 받았다는 것.
이에 B씨(36)는 "사고 발생 후 공지로 대처하는 방식도 너무 무책임하다"며 "노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은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는 상황인 만큼 소비자를 기만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티월드 앱 접속 오류 알림(왼쪽)과 유심보호서비스 모바일 웹페이지 가입 신청 화면. ⓒ 프라임경제
SK텔레콤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유심 교체를 완료한 이용자는 28만명, 온라인을 통해 유심 교체를 예약한 이용자는 432만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SK텔레콤이 유심 정보를 이용한 부정 금융 거래를 막는 방법이라고 밝힌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자는 누적 871만명이다. 이로써 유심을 바꿨거나 교체를 예약한 가입자, 유심 보호 서비스에 등록한 이용자는 총 1331만명으로 집계됐다.
더 큰 문제는 유심 물량이 가입자 수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다음 달까지 확보되는 유심 물량은 약 500만개 수준이다. 2500만명에 달하는 전체 가입자의 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유심 교체를 원하는 가입자들이 전부 교체를 마무리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사고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개인정보는 물론 결제정보까지 털린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함께 "공식 사과와 구체적 보상안을 내놔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18일 고객 일부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을 포착해 관계 기관에 사고 사실을 보고했다. 회사 측은 긴급 대응팀을 가동하고 추가 피해 차단에 나섰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와 유출 경로는 여전히 조사 중이다.
SK텔레콤은 현재까지 탈취된 유심 정보가 다른 휴대전화에 복제돼 부정 계좌이체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커가 빼돌린 유심 정보를 활용, 이용자에게 문자나 카카오톡, 이메일로 스미싱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명의도용 방지 등을 위해 휴대전화를 재부팅 해달라'고 속여 휴대전화 해킹을 시도하는 방식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스미싱대응팀은 이러한 유형의 스미싱 시도에 대해 24시간 감시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해당 공격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KISA 관계자는 '"재부팅 후 보안점검을 진행하지 않으면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 등의 피싱 메시지가 오면 절대 링크를 클릭하지 말고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SK텔레콤 이용자 불안 해소 방안을 내부 검토하고 SKT에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잠재적으로 상당한 처벌 가능성이 있다"며 "조사 결과는 통상 짧으면 2~3개월, 길면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