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지난해 현행 7만명의 외국인 전문 인력 채용을 15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허가 절차는 여전히 낡은 행정 체계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국인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외국인 유학생 채용 박람회 부스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로 파견 전문 A 기업은 캐나다와 한국 이중국적을 지닌 B씨를 임원으로 채용했으나, B씨는 '범죄 사실 없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못해 난관에 부딪혔다. B씨는 10년 넘게 한국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서울시 마포구청은 여전히 캐나다 정부에서 발급한 범죄 사실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직업안정법 제38조 및 시행규칙 제17조 제5항에 따른 것으로, 외국인 또는 이중국적자에게 해당 국가의 정부나 공증인이 발급한 서류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공증된 진술서는 해당 국가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의 영사 확인을 받아야만 한다.
문제는 이 절차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점이다. 국내에 장기 체류 중인 외국인들의 경우, 국내 경찰서를 통해 범죄 경력 조회가 가능하고 실제로 그 신뢰도 역시 높다. 그런데도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해외 발급 서류를 고집하고 있어, 당사자는 고액의 수수료는 물론 때에 따라 직접 해외를 방문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시민이 자국 대사관을 방문해 '결격사유 없음' 진술서에 서명하면, 대사관이 이를 인증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문서 하단에는 "진술 내용은 검증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어, 이 서류의 국내 법적 효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주한 캐나다 대사관이 발급한 진술서. 진술서 왼쪽 하단에는 "대사관은 본 문서의 내용을 검증하지 않습니다"라고 기재됐다. ⓒ 프라임경제
이에 대해 최영재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법령에 따라 정부가 요구하는 서류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법 개정이 없는 이상 행정기관도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외국인 전문 인력 규모를 기존 7만명에서 15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채용 확대를 목표로 하면서도, 관련 절차는 여전히 구시대적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외국인 근로자와 기업 모두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의 다른 자치구들 역시 해당 사안에 대해 문의했을 때, 같은 대답을 내왔다. 직업안정법 제38조를 근거로 '현지 발급 원칙'을 고수하는 바람에, 현실적 대안이나 유연한 해석은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외국인 채용 확대 기조에 맞는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채용 관련 전문가는 "정부가 외국인 인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제도적·행정적 정비가 시급하다"며 "현재의 법과 절차는 복잡하고 비효율적이어서 외국인 인재 유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더 유연하고 실용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