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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드러난 정책성보험 한계, 지수형이 대안될까

특정 조건 충족 시 보험금 지급…기후·재해 관련 데이터 부족 '숙제'

김정후 기자 | kjh@newsprime.co.kr | 2025.04.22 15:53:30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산불로 인해 경북지역이 막심한 피해를 입으면서 이를 보상할 보험 상품들도 주목받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정책성보험이 저조한 가입률과 미흡한 보상이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보험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다만 기후·재해 관련 지수형 보험 출시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조건을 설정할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산불로 인해 경북지역이 막심한 피해를 입으면서 이를 보상할 보험 상품들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재해 보상 보험은 정책성보험이다. 정책성보험은 공익 목적으로 정부가 요구해 보험사가 개발·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산불 피해로 정책성보험도 한계를 맞닥뜨렸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전국 평균 54.45%수준인데, 산불이 발생한 경북지역 가입률은 47.8%로 평균보다 낮았던 것.

또 산에서 재배되는 작물의 피해를 보상하는 임산물재해보험의 경우 밤·대추 등 소수 품목만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산불재난 증가와 임산물재해보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임산물 생산액은 총 7조1298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순임목이 2조7196억원을 차지하고 있으나, 현행 임산물재해보험으로는 보장받지 못한다. 이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따른다.
 
민영 보험사가 보완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재해인 만큼 손해율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발생시 손해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재해 관련 보험은 NH농협손해보험에서 판매하고 있다. 여타 민영 보험사의 참여는 비교적 미미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지수형 보험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지수형 보험은 사전 설정한 지수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된 보험금을 받는 구조다. 청구가 간편하고 지급이 빠르므로 계약자가 자연재해를 당하는 경우 기존 상품보다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연구원은 "우리나라 자연재해 보험은 손해사정 속도와 정확성에 따라 신속, 충분한 보상이 불확실하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정한 조건에 따라 손해사정 없이 보험금이 즉시 지급되는 지수형 보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수형 보험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이상기후나 재해 보험의 경우 지수를 설정하기 위해 피해나 보상 수준이 수치화된 데이터가 필요하나 관련 통계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코오롱스포츠는 모 보험사와 지수형 날씨보험 계약을 체결했으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판매 보류 판정을 받았다. 

해당 상품은 일정 기간 동안 일 최고기온 33℃를 넘는 날이 6일을 초과할 경우 최대 2억원 한도로 1일당 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날씨와 매출액 손실 간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미흡하다고 봤다.

또 데이터가 부족한 만큼 아직까지는 보상이 실제 손실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이에 국내에서 출시된 지수형 보험은 지난 2월 삼성화재가 선보인 항공기 지연·결항 보상 특약에 그치는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기 전까지 기후·재해 관련 지수형 보험 출시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며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정부와 금융당국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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