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콘텐츠 수출이 아니라 정서의 수출 시대입니다. 그 중심에 한국 이야기가 서 있습니다."

지난 21일 열린 넷플릭스 인사이트에 참석한 이성민 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이인영 기자
이성민 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열린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며 단순한 흥행을 넘어 '국가 이미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이날 '넷플릭스와 K-콘텐츠 소프트 파워'를 주제로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넓어지며, 문화적 친밀감을 형성하는 K-소프트파워까지 강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 분석과 논의를 진행했다.
이성민 교수는 "OTT는 한국 내에서 소수 취향이던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는 다수 취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며 "넷플릭스는 그 확장성을 실현시킨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면서 한국은 글로벌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게 됐다"며 "특히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유통이 국가 이미지 제고와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해외 시청자들은 한국 문화 전반에 더 높은 관심과 호감을 나타냈다. 또 한국 제품 구매 의향, 여행 선호도, 한국어 학습 의지 등에서도 유의미한 상승을 보였다.
특히 넷플릭스 이용자는 비이용자에 비해 한국 콘텐츠 시청 의향이 2배 이상 높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 교수는 "이제는 감정을 기반으로 한 문화적 연대감이 국가 브랜드를 형성하는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우리는 단순 투자자 아닌 문화의 팬"
이날 패널로 참여한 강동한 한국 콘텐츠 부문 VP는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의 팬이자 파트너"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동한 VP는 "'폭싹 속았수다'처럼 가장 한국적인 감성도 세계적으로 통한다"며 "콘텐츠의 동시 공개, 자막·더빙, 현지 마케팅을 통해 '공감의 타이밍'을 만든 것이 넷플릭스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글로벌 제작 투자 추세에서도 한국은 주요 수혜 국가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츠 제작 투자 비중이 미주 지역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은 아시아 내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강 VP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이전의 2억5000만달러 투자 발표 이후에도 꾸준히 진행 중"이라며 "한국 콘텐츠는 넷플릭스 글로벌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 현장 스케치. ⓒ 넷플릭스
◆"장기적 성장 파트너로서 국내 창작 생태계와 협업 통한 지속가능성 모색"
넷플릭스는 이와 함께 신인 창작자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강 VP는 "최근 배급 콘텐츠 다섯 편 중 한 편은 신인 작가·감독의 데뷔작이었다"며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인력 양성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제작비가 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위기가 아닌 업그레이드 과정"이라고 답했다.
이 교수는 "제작비 상승은 고급화·프리미엄화의 결과"라면서 "지금은 시장 조정기이며, 과거에도 비슷한 성장-위기-적응 사이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 VP도 "과거엔 한국 콘텐츠가 해외에서 무료 콘텐츠였지만, 지금은 돈을 내고 보는 프리미엄 콘텐츠가 됐다"며 좋은 콘텐츠에는 반드시 적절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교수는 "문화 콘텐츠를 통한 '선순환 효과'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을 경험한 한국 콘텐츠 산업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제작 인력과 창작 기반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축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최근 대두되는 인공지능(AI) 활용 방안에 대해 "(AI는) 창작자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돕는 도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강 VP는 "AI는 콘텐츠 품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지, 이야기를 창작하진 않는다"며 "프리비주얼라이제이션(사전 시각화) 단계에서 활용하거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