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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다 투자, 입출금 예금서 24조원 사라져"…은행 수익성 '흔들'

미국 주식·금 등 몰려…"이자 포기 투자로 시장 안정성 우려"

박대연 기자 | pdy@newsprime.co.kr | 2025.04.21 15:07:18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625조9893억원으로 집계됐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시중은행에서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 24조원이 보름 만에 빠져나갔다. 낮은 예금금리와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반응한 돈이 본격적으로 주식·금 등 투자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통상 자금이 머무는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예금에서 돈이 빠지면서, 은행 수신 기반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625조989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 650조1241억원 대비 24조1348억원 감소한 수치다. 이는 불과 보름 새 시중에서 빠져나간 대기성 자금 규모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1%수준으로 낮은 대신 예금자가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이다. 일반적으로 시장 불안이 커질 때 일시적으로 자금이 몰리는 안전지대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정반대다. 은행 예금금리가 1~2%대로 급락하고, 주식·금 등 투자자산이 가격 조정을 받자 예금자들이 직접 '투자 타이밍'을 판단해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달 15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26억달러 이상 순매수했다. 2주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저가 매수 심리가 빠르게 반영된 결과다. 특히 고위험 레버리지 ETF 등에 대한 쏠림이 눈에 띈다. 

KB·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도 지난달 말 기준 1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처음 1조대에 진입했다. 미국 관세 정책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을 찾는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금으로 쏠렸고, 국제 금 가격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은 금리 하락과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맞물린 결과다. 한국은행은 이달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지만, 금융통화위원 전원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추가 인하를 시사한 상태다.

은행 예금금리는 이미 이를 선반영하고 있다.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2.15~2.75% 수준까지 떨어졌고, 일부 1개월 만기 상품은 1.8% 수준까지 내려왔다. 저축은행 금리도 평균 3%를 밑돌고 있다.

요구불예금은 일반 정기예금에 비해 이자 지급 부담이 적은 '저원가성 자금'으로 은행 입장에선 대출 재원을 마련하는 핵심 수신 기반이다. 그러나 최근처럼 대규모 유출이 반복될 경우, 은행은 보다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정기예금이나 은행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 감소는 곧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며 "대출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구조로 예대마진 축소와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금리 인하보다 심사 강화를 유도하고 있어 실수요자 체감금리는 더딘 변화를 보이고 있다. 반면 수신 금리는 시장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빠르게 하락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금 이동이 단순히 예·적금과 주식 간의 이동에 그치지 않고, 자칫 고위험 상품에 대한 쏠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이 레버리지 ETF, 파생상품, 해외 고수익 채권 등으로 몰릴 경우,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가 너무 낮다 보니 이자를 포기하고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많아졌다"며 "유동성은 넘치지만, 시장 안정성은 되레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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