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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영암군 수리시설사업, 부실 심사 논란 속 사전 공모 정황 포착

부적격 업체 1순위 선정 논란에 동일 건물·주주 연관성 드러나...짜고 치는 고스톱 의혹

장철호 기자 | jch2580@gmail.com | 2025.04.17 15:11:52
[프라임경제] 전남 영암군이 수리시설 3곳의 개보수 공사 공법 심사 과정에서 부실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업체 간 사전 담합 정황까지 포착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석연치 않은 심사 결과와 업체들의 수상한 연관성이 드러나면서 군의 입찰 과정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17일 영암군과 제보자 등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23년 11월 7일, 금정지구 냉천 2제, 서호지구 소산제, 삼봉제 등 3곳의 수리시설 개보수사업 특허공법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 방식은 정량평가 20점과 정성평가 80점을 합산한 100점 만점이었다. 하지만 평가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드러난다.

금정지구 냉천 2제 개보수사업에서는 H기계와 H토건이 경쟁했다. H기계는 정량평가에서 17.8점을 획득하며 H토건(16.8점)에 1점 앞섰으나, 80점 만점의 정성평가에 아예 불참하면서 최종적으로 H토건이 1순위 업체로 선정됐다. 정량평가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정성평가를 포기한 H기계의 행보는 의문을 자아낸다.

삼봉제 개보수사업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A건설과 C건설이 참여한 가운데, 정량평가에서 A건설이 18점, C건설이 16.8점으로 1.2점 차이를 보였지만, C건설 또한 정성평가에 불참하며 A건설이 손쉽게 1순위 자리를 차지했다. 경쟁 업체의 연이은 정성평가 불참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서호지구 소산제 개보수사업에서는 S건설과 B건설이 정상적인 평가를 거쳤다. S건설이 정량평가에서 17.8점으로 B건설(17.0점)에 0.8점 앞섰으나, 정성평가에서 75.5점을 받아 B건설(76.5점)에 1점 뒤지며 최종적으로 B건설이 1순위로 선정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본지 취재 결과, 입찰에 참여한 6개 업체 중 S건설을 제외한 모든 업체가 광주광역시에 소재하거나 사업장을 두고 있다는 점도 석연치 않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일부 업체 간의 수상한 연결고리다.

A건설, B건설, C건설은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빌딩 동일 층에 각각 601호, 602호, 604호에 본사 또는 사업장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이례적인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A, B건설의 대표이사가 동일 거주지로 돼 있고, 삼봉제 개보수사업에 참여한 A건설과 C건설의 주주명부에는 J모씨의 이름이 함께 올라 있는 것으로 드러나 두 회사 간의 모종의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처럼 영암군 수리시설 개보수 공사 입찰 과정에서 부실한 심사 논란과 함께 업체 간 사전 담합 의혹까지 증폭되면서, 군의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입찰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영암군 관계자는 "군청은 입찰 참여 대상이 되는 조건을 갖췄는지 여부를 판단할 뿐, 본사나 사업장 소재지가 어디인지 확인할 의무는 없고, 업체에 확인해야 할 근거도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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