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 천사의 마음이라는 뜻에서 지은 해피엔젤은 인트로맨의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이곳에는 경·중증 장애인 직원 20여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 인트로맨
[프라임경제] 오는 4월20일은 제44회 '장애인의 날'이다. 이를 앞두고, 중증 장애인을 위한 '재택형 고용 모델'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 사업이 사회 전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단순 고용을 넘어, 부양 가족의 삶의 질 개선과 문화 확산까지 이끌어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 숫자에 가려진 현실…참여가 해법
우리나라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 대해 장애인 의무 고용을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0인 이상 기업은 전체 인원의 3.1% 이상을 장애인으로 채용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여전히 고용보다 부담금 납부를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도 2023년 기준으로 전국 176만여 개 기업 중 장애인을 고용한 곳은 3.3%인 5만9000여 개에 불과하며, 전체 상시 근로자 중 장애인 비율은 1.55%에 그친다.
장애인 전문 고용을 실천 중인 이상철 제이민그룹 회장은 "중증 장애인은 새로운 근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이들에게 재택 근무는 실질적인 사회 진출 통로"라고 강조했다.
◆ 중증 장애인, 재택으로 사회와 연결
최근 주목받는 모델이 바로 '중증 장애인 재택 비대면 고용'이다. 제도적으로 중증 장애인 1명을 고용하면 2명으로 인정받는 만큼, 기업은 부담금 감면 혜택을 얻고, 장애인은 자신에게 맞는 업무로 자존감과 수입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데이터 처리, 출결 관리, 콘텐츠 제작, 미술 및 체육 활동 등 다양하다. 월 60시간 이상 근무 시 4대 보험 가입도 가능하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소득 창출을 넘어 가족 전체의 일상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중증 장애인은 "첫 월급으로 가족에게 선물을 할 수 있어 기쁘다"며 진심 어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 고용이 만든 변화, 문화로 확산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기업 이미지와 연결된 지속 가능한 모델로 발전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주제로 그림을 그려 정기 보고서나 전시 콘텐츠로 활용하거나, 사내 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약 200여개 국내 기업이 이 모델을 도입 중이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4만여개 장애인 고용 기반 조직을 보유한 반면, 한국은 약 1만2000개에 머물러 있다. 최근 ESG 경영이 주목 받는 만큼, 더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장애인 고용률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기업들은 사내 카페, 사무 보조 업무를 부여해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을 돕고 있다.

제니엘플러스 '카페 헤이듀'에서 근무하는 바리스타가 아메리카노를 제조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인트로맨은 '해피엔젤'이라는 장애인 표준 사업장을 운영, 사내 카페에서 20여명의 장애인이 바리스타, 사무 보조로 근무하고 있다. 제니엘플러스의 '카페 헤이듀'는 '느림과 여유'를 콘셉트로 운영해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제이민그룹은 외출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을 위한 재택 근무 체계를 마련해 가족의 삶에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 선택 아닌 의무…사회를 움직이는 기업의 역할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용 모델이 사회적 포용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상철 제이민그룹 회장은 "장애인 고용은 단순한 경제활동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특히 중증 장애인의 경우, 고정관념을 넘어 일할 권리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법적 의무를 넘어 적극적으로 나설 때, 우리 사회는 더 따뜻하고 포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