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액침냉각'. 요즘 주목받고, 많이 거론되는 기술이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배터리 등 여러 전자 장비의 발열 문제를 잡고, 효율을 높이기도 한다는데요.
이 기술이 도대체 무엇인지, "그게 뭣이 중헌디?"라고 궁금해하는 분이 많은 듯합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기술명은 알겠는데, 방식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죠.
우리가 흔히 아는 열관리 방식으로는 '공랭식'과 '수랭식'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각각 공기와 물 또는 냉각수를 활용, 열을 식히는 것이죠. 이 방식들은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발열을 잡는 속도도 더딥니다.
그렇다면 액침냉각은 무엇일까요. 액침(液浸)이라는 말처럼 장비를 특수한 액체에 담근다는 겁니다. 저도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접하기 전까진 말이죠.

액침냉각용 플루이드에 데이터센터 서버가 담겨 있는 모습. = 조택영 기자
생각보다 방식은 정말 간단했습니다. 전자 장비를 방수 처리하고, 냉각 플루이드(유체)에 완전히 담가 열을 식히는 겁니다. 마치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얼음물에 넣으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재탄생한 느낌이랄까요? 굉장히 직관적이고, 획기적인 메커니즘이었죠. 간단하지만, 장점은 상당합니다.
비전도성 냉각용액은 전기가 흐르지 않아 누전과 장비 고장의 걱정이 없고요, 기존 공랭식 대비 냉각 비용을 95%나 절감할 수 있죠. 또 밀도가 높은 액체를 활용하기에 전력 밀도가 10배 이상 높고, 필요 설비가 적어 공간 효율성이 높다는 점이 주요 강점입니다.
언뜻 봐도 여러 산업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유사들이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죠. 액침냉각 기술은 AI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는 데이터센터에서의 활용뿐 아니라 전기차용 배터리, ESS 등 열관리 분야로의 확장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시장 전망도 밝습니다. 액침냉각 시장은 현재 형성 단계지만, 향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작년 5000억원에서 2040년 42조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입니다.

액침냉각 설비에 담긴 냉각유와 서버를 테스트하고 있는 HD현대오일뱅크 직원들. ⓒ HD현대오일뱅크
이런 흐름 속 HD현대오일뱅크는 작년 6월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제품인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 상표 출원을 하고, 12월에는 세계 최대 액침 냉각 시스템 기업인 GRC로부터 일렉트로세이프(Electrosafe) 프로그램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향후 국내 데이터센터 업체와 실증을 통해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에쓰오일(S-OIL, 010950)은 섭씨 250도 이상의 고인화점 액침냉각유 '에쓰오일 e-쿨링 솔루션'을 출시하며 저인화점부터 고인화점까지 제품군을 확대했죠. SK이노베이션(096770)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ESS용 액침냉각 제품을 개발해 실증 중입니다. 자회사 SK엔무브는 SK온과 협력해 전기차 배터리 액침냉각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GS칼텍스 역시 액침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개발하고, 해당 제품을 세분화해 △데이터센터 △ESS △배터리 등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당장 작년에 지속 발생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현상까지 확산된 만큼, 배터리 발열을 잡을 핵심 기술로 꼽히는 액침냉각의 활약이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다른 산업으로도 확장해 국내 정유사들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시대 역시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