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노현 대표 경승지 '다이쇼 연못'. ⓒ 나가노현 공식 관광사이트
[프라임경제] 혼슈 중앙부 나가노현은 인근 니가타현·야마나시현과 함께 '고신에쓰(甲信越)' 지방을 구성한다. 모두 수도권 북서쪽에서 외곽을 감싸면서 도쿄와 결속력이 강한 현들이다.
이중 면적·인구가 비슷한 '북동쪽' 니가타현과 종종 비교되곤 한다. 실제 나가노현과 니가타현은 각각 △면적 1만3561㎢ · 1만2583㎢(전국 4위, 5위) △인구 198만명 · 208만명(16위, 15위) △1인당 소득(2020년 기준) 2788만엔 · 2784만엔 등 우열을 가리기 힘든 항목이 많다.
나가노현은 바다가 없는 내륙현으로, 주변 8개 현과 맞닿았다. 인접 현 숫자는 전국 최다지만, 험준한 산이나 고원에 막혀 마을끼리 통행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에도시대 당시는 동일본과 서일본을 연결하는 거점이자 도쿄행 '도산도(東山道)'와 '나카센도(中山道)' 교통 요지였다. 그곳에 19세기 말 개항과 함께 서양인이 들어오며 3000m급 설산과 호수가 늘어선 나가노현에 피서지 별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외국인 중심 개발이었지만, 황족 등 상류 계급이 몰리며 '일본 속 서양'으로 변모했다.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 가루이자와(軽井沢)였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고원 리조트'로 자리잡은 가루이자와에는 1만6000개가 넘는 별장과 휴양시설이 있다. 골프·테니스·승마·스키 등 서구식 스포츠를 즐기는 관광객이 연간 800만명 가량 방문한다.
가루이자와는 1964년 도쿄 하계올림픽 승마,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컬링이 펼쳐진 무대이기도 하다. 한 지역에서 하계와 동계올림픽을 동시에 치른 건 가루이자와가 세계 최초다.
나가노현에는 19시 14군 23정 총 77개 지자체가 존재한다. 전국 도도부현 중 홋카이도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주요 거점으로는 △현청 소재지 나가노(36만명) △국제회의 관광도시이자 제2 도시 마쓰모토(23만6000명) △동부 우에다 지역 중심 우에다(15만명) △표고 700m 고원도시 사쿠(9만6000명) △시나노 사과 산지 이다(9만3000명) △와사비(고추냉이) 재배지 아즈미노(9만2000명) △와인 농장 집결지 시오지리(6만5000명) 등이다.
나가노현은 '장수국가' 일본에서도 손꼽는 장수현이다. 2020년 도도부현 건강수명 조사에서 남녀 모두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편, 나가노현에는 국제선 공항이 없다. 하지만 도쿄 나리타·하네다, 또는 아이치현 주부(중부) 국제공항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도쿄역에서 가루이자와는 신칸센으로 1시간10분(146.8㎞), 나가노역까지는 1시간40분(222.4㎞) 소요된다. 아이치현과 인접한 중남부 지역은 나고야 도심권과 접근성이 좋아 주부국제공항 이용에 큰 어려움이 없다.
◆추천 관광지

쾌청한 하늘과 마쓰모토 성. ⓒ 위키피디아 재팬
#마쓰모토 성
천수각이 국보로 지정된 전국 5개 성 가운데 하나다. 1504년 지역 영주 거성으로 축성된 당시 이름은 '후카시성'이다. 1582년 도쿠가와 세력에 편입되면서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이후 1633년 천수가 6층5중 구조로 증개축됐다.
#와이너리 순례
그동안 와인용 포도 산지로 유명한 나가노현에 최근 와이너리가 급증하고 있다. 동부 알프스 일대와 중동부 지역 중심으로 최신 설비를 갖춘 대규모에서 개성파 소규모까지 다양한 와이너리가 2025년4월 기준 17곳이나 운영되고 있다.
지역 조합이나 협회 등이 주최하는 이벤트에 참여해 견학과 시음하고, 현지 제조 와인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젠코지(善光寺)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본존(일광삼존 아미타여래)을 모신 불교사원으로 '일본인이라면 일생에 한 번은 참배하라'는 장소다.
'삼국(三国)에서 도래했다'는 본전(1척5촌=45.5㎝)은 절대 공개되지 않는 비불로 관리되고 있다. 다만 근년 들어 7년마다 본존 옆 협시가 분신으로 공개되는데, 그때마다(2~3개월간) 수백만 참배객이 운집한다. JR 나가노역에서 1.8㎞ 거리에 있다.
#가미코치(上高地)
'북알프스 남부' 나가노현 쪽 해발 1500m 고원지대에 펼쳐진 경승지다. 중부산악국립공원 일부로, 국가특별명승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아즈사강을 포함해 △다이쇼 연못 △다시로 습지 공원 △갓파다리 등 주요 포인트를 둘러보며(5시간 정도 소요) 청둥오리와 일본원숭이 등도 만날 수 있다.
◆향토 음식

각종 채소를 넣어 구운 오야키. ⓒ 농림수산성 '우리의 향토요리'
#오야키
밀가루와 메밀가루를 섞은 반죽에 가지·고구마·팥·말린 무·팥 등 계절 채소와 산나물을 넣고 구운 음식이다.
산과 고원이 많은 지역 특성상 쌀 대용식으로 개발됐으며, 현 내 모든 지역에서 사랑받는 명물이다. 1983년 나가노현 '선택무형문화재 (맛의 문화재)'로 등록됐다.
#데우치소바
예부터 나가노현을 떠올리면 '신슈소바'라 할 만큼 메밀국수가 유명했다. 그중에서도 반죽을 밀대로 늘려 뽑아내는 '데우치소바'는 풍미가 뛰어나고 목 넘김이 좋기로 정평이 있다.
나가노현은 △소바 생산량 △소바점 숫자 △소바 양념 와사비(고추냉이) 생산량 모두 전국 1위다.
#말고기
나가노현은 구마모토현·후쿠시마현과 함께 말고기 식육 전통이 있는 지역이다. 말고기 전문점에서 샐러드·육회·샤부샤부·스테이크 등 형태로 맛을 볼 수 있다.
JR 마쓰모토역 주변 △신미요시(1957년 창업) △구라노무코우 등이 유명 맛집으로 꼽힌다.
#구다쿠산 미소시루
'고명을 많이 넣은 된장국'이라는 의미다. 무·연근·인삼·당근 등 계절 채소에 고기·생선 등을 듬뿍 넣고 끓인다. 지역에 따라 쑥·호박을 사용하거나 밀가루 수제비를 넣기도 한다.

평균수명이 높은 나가노현에서 건강식품으로 통하는 음식이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