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형 건설사들의 시공권 확보 전략이 수의계약으로 변모하고 있다. 경쟁입찰을 통한 출혈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합 역시 경제적, 시간적 비용과 논쟁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들어 수의계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분위기다.
실제 개포주공6·7단지는 최근 수의계약 전환 절차를 밟고 있다. 유력 건설사는 두 차례에 걸친 현장설명회에 단독으로 참여한 현대건설(000720)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역시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돌입했다. 유력 협상 대상자는 두 차례에 걸친 입찰에 모두 참여한 DL이앤씨(375500)다. 잠실우성 1·2·3차 역시 GS건설(006360) 단독 입찰이 예상되면서 수의계약으로의 전환이 유력한 상태다.
사실 정비사업 조합이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분위기는 지난해에도 나타났다. 지난해 수주 경쟁이 펼쳐진 사업지는 부산 시민공원촉진2-1구역과 영등포 한양아파트 재건축 정도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2곳 이상 건설사가 시공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사업장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의계약 방식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게 업계의 반응이다.
이처럼 현재 정비업계는 입찰 경쟁보단 수의계약을 통한 '무혈입성'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입찰 과열로 인한 부작용과 더불어 사업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조합과 시공사 모두 보다 빠르고 확실한 수의계약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도시정비사업 현장이 줄어든 동시에 원자재 및 물가 상승 등을 감안, 최대한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있다.
이런 수의계약 트렌드로 인한 수혜 건설사는 1분기 정비사업에서 3조원 이상 성과를 이뤄내며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물산(028260)이다. 최근에도 1조300억원 규모 '신반포4차 재건축' 사업 시공권을 수의계약을 통해 확보했다.
아울러 서초 반포동 2369억원 상당 삼호가든5차 재건축 사업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특히 해당 사업의 경우 조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두 차례 입찰 모두 단독 참여한 포스코이앤씨가 아닌, 삼성물산을 선택하면서 "이례적 결과"라는 업계 반응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도 수의계약은 장점이 많다. 입찰 경쟁 없이 안정적 수주 확보가 가능해 설계·계획 초기단계부터 관여할 수 있어 공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에 일부 대형사는 조합 출범 초기부터 홍보를 강화하고, 시공 전 사전 협의를 통해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반면 수의계약을 향한 비판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특정 건설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조합원 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갈등 유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이런 문제를 감안해 수의계약을 '예외적 방식'으로 한정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향후에도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입찰이 연이어 무산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린 현장들이 많다는게 이유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의계약 트렌드는 단순 편의 문제가 아닌, 정비사업 전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흐름"이라며 "과거 '최저가 낙찰' 중심에서 '가장 이상적 파트너'로 이동하는 등 이런 변화는 향후 조합과 건설사, 정책당국 모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던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