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도로공사 배구단의 P수석코치가 K감독으로부터 폭행과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P수석코치는 자신이 피해자인데, 마치 자신이 감독을 위협하는 비상식적인 인물로 매도돼 사건 진실 규명을 위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P코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을 세상에 알려 다시는 자신과 같은 후배 코치나 선수들이 피해를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본다.
◆ 갈등의 시작, 외국인 용병 선발
P코치와 고소장에 따르면 갈등의 씨앗은 지난 2024년 5월 두바이에서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당시 불거졌다. K감독과 P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A선수를 요구했으나, 구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현재 외국인 선수를 지명했다.
하지만 시즌 준비 과정에서 외국인 선수의 기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내부 갈등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P코치는 "베트남 전지훈련 후 감독이 갑자기 일주일 이상 훈련에 나오지 않았고, 나머지 코칭스태프들이 모든 훈련을 진행했다"고 폭로하며 "평소에도 화가 나면 훈련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비디오 분석 시간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고 코치들만 참석해 분석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2024~2025시즌에 돌입한 한국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의 부진, 그리고 아시아쿼터 선수 교체 등 어려움을 겪으며, 연패의 시련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P코치는 혹시 모를 외국인 선수 부상에 대비해 외국인 선수의 비디오를 분석하기에 이른다.
P코치는 "시즌 초반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과 기량 저하를 보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 비디오 분석하고 있는데, K감독이 '안 바꿀 건데 왜 보냐'고 구박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외국인 선수의 부진이 계속되자 K감독은 외국인 선수 교체를 요청했지만, 이적료 발생에 따른 구단의 문제 제기로 무산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 폭행사건 발생…수석코치 왕따 '투명인간' 취급
결정적인 사건은 지난해 11월 15일 흥국생명과의 경기를 마치고 김천 숙소 감독실에서 1대1 면담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P코치는 주장했다.
그는 "K감독이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했고, TV 리모컨을 제 쪽으로 던졌다"며 "저도 말대답을 했고, 상황은 악화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감독이 밖으로 나가자 따라 나갔는데, 코칭스태프들이 모두 있는 복도에서 K감독이 자신의 목을 조르며 때릴 것처럼 위협했고, 이를 스태프들이 말리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다고 했다.
P코치는 "자신의 말대답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담아 문자를 보냈지만 읽지 않았고, 다음 날 K감독의 집으로 코치들과 함께 찾아가 용서를 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매일 K감독에게 인사를 했지만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으며, K감독은 나머지 두 명의 코치와 거의 매일 식사를 함께하고 원정 경기와 훈련 이동에도 함께 다녔다고 한다.
일주일 후 K감독의 호출로 카페에서 만난 자리에서 P코치는 "외국인 선수가 왜 이렇게 못하냐며 훈련을 똑바로 안 시킨 거 아니냐"는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P코치는 "그렇게 훈련시킨 적이 없고 오히려 더 시키려고 했다"고 반박했지만, K감독은 "네가 나가든지 내가 나가든지 해야겠다"며 해고를 암시하는 발언을, 다른 코치들이 보는 앞에서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다시 잘해보자는 이야기가 오갔지만, P코치에 대한 투명인간 취급은 계속됐다고 했다.
2024년 12월 4일 대전 원정 경기 후, P코치는 모든 스케줄을 관리해야하는 수석코치에서 훈련만 담당하는 코치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한 달 동안 이어진 고립감 속에서 P코치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결국 P코치는 K감독에게 인사를 하지 않게 되었고, 같은 해 12월 22일 오전 훈련 후 K감독으로부터 "짐 싸서 가라"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P코치가 재차 확인했음에도 같은 답변을 듣고 체육관을 나왔다고 밝혔다.

K감독으로부터 "P코치가 K감독을 때릴것처럼 대들어서, 해고했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는 구단관계자의 진술서. ⓒP코치
해고 당일 저녁, 팀 전체 회식에서 P코치의 해고 사실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알려졌다.
이틀 후, K감독은 사무국에 "P코치가 주먹을 쥐고 때릴 것처럼 대들어서 해고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P코치는 "8년간 모시던 감독에게 어떻게 그렇게 하겠냐"며 "말로만 말대답했을 뿐"이라고 사무국에 해명했다.
계약 당사자인 사무국은 P코치에게 해고를 통보한 적이 없어, 팀 복귀를 요청했다. 그러나 P코치는 "너무 큰 상처와 괴롭힘을 받고 부당 해고를 당한 상황에서 복귀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P코치는 사건 이후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
P코치는 "한 사람으로서, 스포츠인으로서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면서 "왠만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해결하려 했지만, 이렇게 사건의 진실을 감추려고만 하는 태도에 분노한다"고 진실 규명을 호소했다.
K감독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리모컨을 던진 것은 사실이지만, P코치를 향하지 않았고, 폭행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K감독과 구단의 공식 입장을 요청했고, "지난 2월 공인노무사를 선임해 자체 조사를 실시했으나 양측 주장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어 "구단은 P코치에게 해고를 통보한 적이 없으며, 노무를 제공받지 못하면서도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면서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