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25년 4월 8일 밤 9시 3분부터 31분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이 28분간 첫 통화를 했다.
트럼프는 통화 직후 "훌륭한 대화였다" 자평했고, 한 총리 측은 조선·LNG·무역균형 협력을 약속하며 "윈윈하자"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날 통화의 형식도, 내용도, 시점도 모조리 불안하고 위태롭게 느껴진다는 것.
트럼프가 언급한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은 관세·방위비·조선·에너지 등 모든 이슈를 한꺼번에 묶어 한국에 계산서를 내민 방식이다. 그리고 거기에 한 총리는 마치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하듯 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 당해 자연인 신분이 됐고 새 대통령이 불과 56일 뒤 취임하는데. 파면 당한 정권의 대행이 '원스톱 쇼핑' 방식으로 국익을 진열대에 늘어놓은 모양새다.
트럼프는 협상하지 않는다. 거래할 뿐.
한국의 무역흑자엔 방위비 인상을, LNG 구매엔 조선 협력을, 알래스카 가스관엔 자본 참여를 덧붙여 한 번에 결제하겠다는 게 그의 방식이다.
그리고 지금 트럼프는 한국을 가장 먼저 그 테이블 위에 올렸다.
한덕수 총리는 비슷한 시기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맞서지 않겠다"고 말했고, 트럼프는 그 발언에 즉답하듯 "협상팀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으며 상황은 긍정적이다"라며 만족해했다.
그가 말하는 '긍정적 상황'은 한국이 더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핵심인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이미 전조가 있다. 트럼프는 1기 임기 중 "한국은 수조 원을 지불하기 시작했다"며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이 그 계약을 파기한 것을 비판했고 "지금은 그보다 더 좋은 거래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곧 방위비 재협상이 이미 시작됐다는 뜻이다.
우리는 지금 외교가 아니라 셀프 헌납 중이다. 파면 당한 대통령과 국민의 심판이 끝난 죽은 정권을 앞세워 한 총리가 '권한대행'이라는 누더기 간판을 들고 한국의 외교 자산과 협상 카드들을 트럼프의 '쇼핑 바구니'에 차례로 담아주는 형상이다.
외교가 쇼핑이 되는 나라. 정치가 멈춘 대한민국에서 이 모든 책임은 누가 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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