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4월2일 계엄령 선포 111일 만에 헌법재판소의 8인 전원 일치 결정으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추가 메시지는 결국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사과'는 없었고, '지지자'들에게만 말을 건넸다. 메시지의 주요 문장인 "청년 여러분, 결코 좌절하지 말라",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는 표현은 여전히 정치적 존재감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헌정 질서 훼손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정치적 책임에 대한 언급도, 헌정 질서 훼손에 대한 성찰도 없었다. 대신 "뜨거운 나라 사랑에 눈물이 났다"는 문장만이 부각됐다. 감정을 앞세워 지지층의 결속을 유도하려는 방식은, 과거 위기 때마다 반복된 정치권의 전형적인 '방어 모드'와 닮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직 대통령이 헌재의 파면을 받은 초유의 상황이다. 감성적 수사는 책임과 무게를 대체할 수 없다.
국민 여론의 흐름은 무엇보다 분명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탄핵은 정당한 결정'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64.4%에 달했으며, 특히, 40대(67.8%)와 50대(74.2%)에서 높은 지지를 보였다. 다만, 70대 이상에서는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이 41.3%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는 세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윤 전 대통령의 '파면'에 긍정적인 반응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에 대한 언급 없이, 여전히 정치적 생존을 염두에 둔 듯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메시지를 두고 "지지층 결집을 통한 재기 수순"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여전히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잃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다시 대중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장황한 변명이나 감성 연설이 아니라, 단 한 마디의 진심 어린 '사과' 일지도 모른다.
헌재의 파면 결정은 단순한 정치적 판단이 아니었다. 헌재는 12·3 비상계엄령 선포의 위법성과 정치적 목적, 선관위 침해 시도, 국회 방해 등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사안에 대해 재판관 8인의 전원 일치로 내려진 판단이다. 이런 헌정사의 중대한 순간 앞에서조차, 책임보다 지지층을 먼저 찾는 메시지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국민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령 선포에 대해 △계엄 요건 미충족 △포고령 1호의 위법성 △국회 계엄 해제 방해 시도 △선관위 침탈 시도 △유력 인사 체포 지시 등 다섯 가지 사안을 모두 위헌·위법으로 판단, 재판관 8인 전원 일치로 '파면'을 선고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판단이 아닌, 헌법 수호 차원의 중대한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위헌 행위에 대한 성찰 없이, 정치적 복귀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한 메시지를 택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메시지를 두고 "보수 진영 재편을 겨냥한 재기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는 결국 신뢰의 영역이다. 위기 앞에서 감정적 수사에 의존하기보다는, 국민 앞에 솔직한 책임을 고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윤 전 대통령에게 가장 절실한 말은 "지키겠다"가 아닌, 단 한 마디 "잘못했다" 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