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금리 인하 영향에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하락세를 지속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저축은행의 예금금리가 급락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예금금리로 소비자를 끌어모았던 저축은행의 경쟁력도 휘청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99%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일 3.71% 대비 0.72%p(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저축은행 1년 만기 예금의 평균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진 건 지난 2022년 6월 이후 2년9개월만이다.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0월 연 3.61% △11월 연 3.46% △12월 연 3.33% △1월 연 3.20% △2월 연 3.05%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예금금리 하락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35)는 "예금 금리가 계속 떨어져서 저축은행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며 "시중은행과 금리가 비슷하다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저축은행을 이용할 필요가 있겠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급격히 떨어진 배경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대출 축소가 자리 잡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 문제로 저축은행들이 공격적인 대출을 실행할 수 없어 자연스럽게 예금을 확보할 필요성도 크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 축소는 저축은행 업계에 치명적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기준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2.40~2.90% 수준이다.
인터넷뱅킹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연 2.90%다. 저축은행과 거의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예금금리 경쟁력이라는 무기가 무뎌진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예금금리가 떨어진다고 해서 대출 금리도 함께 낮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지침과 저축은행의 높은 연체율(지난해 말 기준 11.7%) 탓에 대출 금리 조정이 쉽지 않아 예대금리차 문제도 점점 심화하고 있다.
예금금리 하락의 영향은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 감소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101조8154억원이다. 지난해 말 102조2204억원 대비 4050억원 감소했다. 소비자들이 예금금리 하락에 실망하며 저축은행을 외면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예금금리 하락이 단순히 시장의 흐름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건전성 관리 압박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한다. 특히 상상인저축은행을 비롯한 일부 저축은행이 경영개선 권고 조치를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 문제로 대출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예금을 무리하게 확보하기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고객 이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지금은 안전성을 유지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규제와 연체율 문제로 인해 예금금리를 올리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예금금리가 저축은행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인 만큼,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금리 경쟁력을 회복할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저축은행이 PF 부실 등으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고금리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며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2금융권은 우량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고, 경기 침체기에는 부실이 크게 늘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업무 영역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등 수익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금금리 하락은 단기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저축은행이 고금리 예금이라는 차별점을 잃게 되면 신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금리 차이보다 더 큰 문제는 건전성과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 약화"라고 진단했다.
이어 "PF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지 못하면 저축은행의 자산 건전성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단기 고금리 중심의 수신 구조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수신 기반을 구축하고, 중금리 대출 등 리스크가 낮은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첨언했다.